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

2014. 6. 12. 11:01카테고리 없음

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

해마다 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십여 년 전에 내가 매주 토요일에 한 외래(Clinic)에서

X-Ray Film을 판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외래에서 안과 의사로 일하던 일본인 의사, Dr. Omari

그와 내가 유일한 동양인 의사여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친해졌다.

그리고 그분도 내가 사는 Glenview에 사셨다.

본래 하와이에서 오신 분으로 자녀도 없고

부인과 함께 넓은 정원의 조그마한 집에 사셨다.

여름이 되면 그 정원에서 손수 가꾸신 일본 오이를 따서

상하지 않게 정성스럽게 플라스틱 포장지로 싸서 가져다주곤 하셨다.

그리고 항상 봄만 되면 이 등꽃 얘기를 하셨다.

일본에는 이 등꽃이 어디가나 많고 너무 아름답게 핀다고...

그 등나무 밑에 들어 누어 하늘을 보면 온통

하늘이 등꽃으로 덮인 것 같다고.

그런데 여기 시카고의 등나무는 별로 꽃이 길지도 않고 그렇게

치렁치렁 땅까지 내려오지 않아 등나무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분은 하와이에서 학교를 마치고

미국 켈리포니아 주로 이주해서 사시다가 일리노이 주로 오셨다.

가끔 일본도 방문하시는데 항상 등꽃이

피는 봄에 다녀오신다고..

어느 봄날 나를 부르시더니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셨다.

일본 등나무 모종을 구하셨단다.

주말에 뒤뜰에 심으면 몇 년 있으면 자기 뒤뜰에도

등나무가 우거져서 등나무 밑에서

하늘을 보며 녹차를 마실 수 있을 거라고.

그때에 자기 집에 와서 등나무가 우거진 아래에 앉아

차를 같이 마시자고.

그해가 지나고 봄에 갑자기 그의 부인께서 암에 걸리셨다.

그리고 가을에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부인을 보내시고 일 년 후에 그분도 시카고를 떠나셨다.

여기 시카고에는 친척도 없고 하셔서

조카가 사는 쌘디에고로 이주하셨다..

나는 지금도 이 등나무 꽃이 주렁주렁 필 때면

그 따뜻하고 다정하던 그 일본 의사님이 생각난다..

일본의 찬란한 등꽃을 보시려고 다녀오셨는지?

아직도 건강하신지?

올해는 유난스레 보타닉 가든의 등나무가 꽃을 많이 내리고 있다.

그분을 생각하며 이 사진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