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의사아내

2019. 4. 17. 23:02나의 이야기/나의글





















시인과 의사아내.

 

내가 지난 번 한국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여고 동창이자 의대 동창인 친구 집의 방문이다.

친구는 모교에서 교수로 얼마 전에 은퇴를 하고

남편의 고향인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 새 보금자리를 지어 이사를 했다.

이사 후에 꽃밭도 만들고 또 집에 커다란 서재를 만들어서

카카오 톡에 사진을 올렸다.

매년 변하는 꽃밭 그리고 집 근처의 풍경을 보면서

나 나름 데로 상상을 하곤 했다.







시카고에서 14시간의 비행으로 새벽 4시에 나와 딸 식구 넷이 인천 공항에 도착을 했다.

딸 식구는 호텔로 가서 머물고 나는 친구 집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여고동창 둘과 함께 안의면에 가는 버스를 탔다.

3시간 후에 우리는 안의면에 도착을 했다

친구가 남편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분을 가니 옆에 강이 흐르는 자그마한 동네가 시야에 들어왔다.

돌담위에 내가 상상했던 작은 양옥이 나왔다.

'아름답고 평화롭다,' 게 나의 첫 인상이었다.







환상의 점심 상





대문을 여니 아직 이른 봄이라 꽃은 많이 피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꽃밭이 보였다.


친구가 대강 짐을 풀고 마련한 점심을 먹고 지리산 여행을 하자고 했다.

Dining room에 가니 식탁에 색색의 아름다운 나물, , 봄김치가 아름다운

접시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보는 것 만으로 배가 부르다 게 이런 것인가 보다.

먼저 눈으로 즐기고 그리고 상큼한 봄 냄새가 가득한 돌나물김치

갓 나온 부추의 향이 가득한 부추 전으로 후각이 즐거움을 가지고

다음에 모든 것을 섞어서 비빔밥을 먹으니 나의 미각이 오랜만에 호사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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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자그마한 도서관.. 친구가 만든 방석들이 아름답다..



점심을 끝내고 내가 항상 궁금해 하던 노교수님의 서재를 보여 달라고 하니

노교수님께서 서재 관람?을 시작하겠다고 하시면서

들어가는 입구가 다른 데 있는데 특별한 손님들이니 응접실을 통해서

하겠다고 하셔서 조금 의아했다.

문을 통해서 들어가니 커다란 서재가 한눈에 들어 왔다.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 나의 눈에 들어와 잠시 내가 작은 도서관에

와 있지 않은가 하고 나의 눈과 마음이 어질어질했다.

나는 여기 시카고의 도서관에 한국 부가 있어서 주로 책을 빌려다 본다.

기껏해야 한번에 3-4권의 책을 빌려다 보는데.

그리고 집의 책장에는 남편이 좋아하던 전집이 몇 개 그리고 다른 책들이 채우고 있다.





노교수님이 반역한 이기철 시인님의 시 나에게도 하나 보내와 가지고 있다.



노교수님한테 친구의 첫 번 물음은 이 책을 다 읽으셨나요?”

다 읽기는 했는데 기억은 못하신다고 했다.

어마어마하다는 게 아주 적합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긴 관람 후에 노교수님께서 지난번 영역을 하신 이기철 시인님의 시를 낭송해 주셨다.

미각, 후각에 이어 청각의 도취에 나의 몸이 무릉도원을 거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여행 ..




그리고 우리는 노교수님이 운전하시고 친구가 옆에 앉아 안내원 역할을 하면서

생전에 보지 못한 웅장한 지리산 여행을 했다.

늦은 저녁을 친구가 자주 다니는 음식점에서 한정식으로 끝내고

친구 집에서 모두 녹초가 되어서 한 밤을 지냈다.







다음 날 일어나니 친구가 아침을 준비하는지 부엌에서 분주했다.

아침상이라고 마련한 오색의 과일, 두 가지의 케이크 중 하나는 직접 구운 거라고 했다.

직접 갈아서 만든 쥬스, 두 종류의 차.. 컵만 해도 네 가지이다.

그리고 서브하는 그릇이 너무 예쁘고  눈에 익숙해서 뒷면을 보니

내가 무척 좋아하는 영국에서 만든 “Wedgewood bone china”였다.

오늘도 나의 눈, 입이 무척 호강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노교수님이 운전하시고 친구가 안내원이 되어 반나절의 여행을 했다.

 

이렇게 우리 여고 동창생 셋은 일박 이일의 여행을 마치고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넉넉하게 아름다운 삶을 사는 친구를 보니 나의 마음이 너무 좋다.

    

시인과 의사아내

조금 색다른 만남이었지만 친구의 열렬한 사랑이 이렇게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친구가 너무 자랑스럽다.


오래오래 백년해로를 바라면서

내가 평소 좋아하던 시를 올린다.

 




산골 시인의 아내  / 채정화

 

 

투박한 질감의 무명앞치마

산골 시인의 아내가 풀꽃얼음 동동 띄워

특별한 오미자 차를 내온다

 

나락나물무침, 토끼풀 샐러드 
민들레 겉절이, 토끼풀꽃 튀김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밥상

마당에 가득한 잡초가 식재료라니,

 

은은한 빛깔이 탐나 도자기 접시 하나 산 것이

과소비라고 나무라는 남편,

산골 아내가 뿔났다

 

기껏 화를 삭이는 비결이

오래된 풍금 건반을 두드리며 감미로운 허밍이라니,
자신의 신에게 일러바치는 중이라는데

세상에, 저렇게 고운 고자질도 있을까

 

자연과 한참을 교감하던 산골 시인

가난한 아내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풀꽃 한 다발

남편을 위한 개똥쑥 茶 한 잔에 무장해제다  

 

물오른 산수유 나무

햇살이 쓰다듬는 곳마다

아른아른 노오란 구름송이

 

발꿈치 들고 뒷걸음치듯
제 그림자 지우며 사라지고

산골 밤은 별들의 문안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