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코너/편지

옛날 사람

bluepoppy 2013. 1. 22. 15:41

 

 

 

 

 

 

 

 

 

 

 

 

  

 

 

 

 

 

옛날  사람

 

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것  같지않은 그 떨림도

북촌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홀로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돤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는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  곽효환  - (19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