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나는 왜 이렇게 안개 낀 날이 좋을가?

bluepoppy 2014. 7. 28. 12:37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앞집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인가 하고

시계를 보니 아침 5시가 넘었다.

문을 열고 밖을 나가니 안개가 자욱하다.

일하는 날이라 커피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똑딱이 사진기를 가지고 30분 일찍 집을 떠났다.

남편이 직장에 미팅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밖에 안개가 심해서 조금 일찍 나간다고 대답을 했다.

나의 직장은 우리 집에서 차로 한 30분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 작은 Forest(자연공원)도 있고 작은 호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름다운 Cemetry(묘지)가 있다.

나는 안개가 낀 날을 무척 좋아한다.

사진을 찍기 전 부터도 좋아했지만 사진을 시작하면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안개가 낀 날에 사진을 찍은 것은 두세 번 정도이다.

첫 번째가 출근을 하는 날 이른 아침에 찍은 것 이다.

그리고 작년에 보타닉가든에서 안개비가 내리던 날찍은 것 그리고 얼마 전에 찍은 것이다.

 

 

 

 

 

안개 낀 거리의 풍경은 오래 전에 영화에서 본 풍경을 보는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러간다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

 

 

 

공원의 나목들이 흑백의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내가 가끔 들리는 Cemetery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Cemetry는 Garden Cemetery이라고 부른다.

묘지를 공원처럼 조성을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그래서 이 Cemetery에 가면 묘지라는 느낌보다 장엄한

공원에 온 느낌이다.

 

망자도 안개에 묻히고...

속세를 더났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아름다운 부부로. 부모님으로, 사랑하던 애인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로...

 

 

이 Cemetery에 오면 나의 마음은 어느덧

어머님이 누워 계신 San Francisco로 가있다.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나에게 남기고 가신 어머니에게

"제가 드디어 할미가 되었습니다".

"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죠?"

 

 

어머니에게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걷다 보면 안개가 조금식 걷히기 시작을 한다.

 

 

 

 

 

 

 

 

 

 

 

 

 

 

 

 

 

 

 

멋있게 하늘로 솟은 나무를 아래서 올려다 보면서

나의 카메라에 담고

서서히 나의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떠난다.

 

 

 

 

 

두번째로 안개를 나의 카메라에 담은 것은 안개가 아닌 안개비가 내리는

봄이었다

라군이 안개비로

 

 

 

나무 밑에 아네모네가 안개비에 촉촉히 젖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늦봄에 핀 튜립들이 마지막 색의 장식을 하고 있다.

 

 

 

내가 즐겨  다니는 야생언덕도 안개비에 젖어

 세수를 한 것처럼 맑고 깨끗하다.

 

 

 

 

 

 

얼마전에 만난 안개풍경이다.

보타닉가든에 아침 일찍 가니

안개가 자욱한 게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호수도 안개에 잠겼고

호수 건너 동산도 안개에 잠겼다.

아름다운 야생화 한송이가

안개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라군에 비친 영상도 안개에...

 

 

 

 

 

 

 

 

나는 이렇게 안개가 낀 날이 좋다.

안개가 낀 날에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망각(Oblivion)을 들으면서

나도 한없이 망각의 세계로 빠지고 싶다.

 

 

 

 

                                                                                       

파블로 지글러 : 피아졸라의 망각

 

아스트로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
195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음악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세계에 탱고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피아졸라는 없지만, 탱고의 역사는 계속된다.
바로 파블로 지글러(Pablo Ziegler)에 의해서이다.
파블로 지글러는 78년부터 10여년을 피아졸라 쿼텟의
멤버로 활약하며 아르헨티나 탱고의 위상을 넓혀온 인물...

흐르는 곡은 피아졸라의 명곡인 Oblivion(망각)...
역시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연주되었지만
파블로 지글러만큼 정통성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는 없으며 또한 그의 연주는 'Oblivion의 가장
슬픈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