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나를 꼭 닮았네.

bluepoppy 2014. 9. 26. 10:38

 

 

 

 

 

 

 

 

 

나를 꼭 닮았네.

 

나에게는 한살반 된 손자가 있다.

딸이 우리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시카고 근교에 산다.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차로 거의 4시간거리인

일리노이위에 있는 위스콘신에서 살았다.

거리가 멀어서 두 달에 한번 정도 딸네가 우리가 사는 그렌뷰로 내려왔다.

이제는 가까운 데에 살아서 적어도 이 주일에 한번 정도 손주를 본다.

손주, 챨리가 외탁을 해서 딸과 외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오늘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외할아버지가 아닌

, 외할미를 많이 닮은 것 같다.

 

 

 

나처럼 수줍음을 잘 타는 성격이라 2주마다 보는

나를 보면 딸한테 안겨서 배시시 웃기만 한다.

여름동안 베이비시터가 걷기운동을 시킨다고 매일 공원으로

데리고 나가서 선텐(suntan)을 받아서 이렇게 발이 점박이가 되었다.

구멍이 난 신발이 아주 편해서 매일 그 신발만 신고 나간 것이다.

선텐을 받은 발이 하두 귀여워 사진을 찍으려하니 이렇게

발을 빼면서 부끄러워 다른 발이 빨갛게 물이 들었다.

 

 

 

 

 

세탁을 하는 방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게 신기해서

이렇게 한없이 세탁기 앞에 앉아 있는 챨리.

이 할미처럼 기계에 참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에 우리 집에 고장 난 시계는 모두 나의

보물 상자에 다 들어가 있었다.

 

 

 

 

챨리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Are you a cow?”라는 책이다.

내가 갈 때마다 읽어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내가 가면

그 책을 가져와 나한테 읽어준다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읽어준다.

그리고 다 읽으면 이렇게 책이 좋다고 얼굴에 뒤집어쓰고

책 냄새를 맡는다.

이 할미를 닮아서 감정이 참 풍부한 것 같다.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하고 먹으라고 준 음식은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다 먹고 나면 깨끗하게 청소까지 한다.

나는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먹는 것을 참 좋아하고 즐긴다.

여기 미국에서 살다보니 여러 가지의 반찬이 상에 오르지 않고

먹을 정도의 한두 가지를 상에 올린다.

그러다 보니 상에 오른 것은 다 먹게 되고 남기게 되지 않는다.

챨리가 이렇게 접시까지 핥는 것을 보면 음식을 챨리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조금 덜 주어 남남해서 이렇게 접시를 핥지 않나?

 

 

 

 

 

도서관에 데리고 갔더니 책들이 많이 쌓인 shelf에서

책을 꺼내서 이렇게 책장을 넘기면서 보고 있다.

나도 이렇게 엉뚱한 짓을 가끔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 보고 난 다음에는 꼭 책을 제자리에 넣어 놓는다.

아마 집에서 딸이 철저하게 훈련을 시킨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공통점이 있으니

아무래도 챨리는 나를 꼭 닮은 것 같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너의 사진을 보니 이 할미가 너를 닮고 싶구나.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이 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가 닮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