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은데.
나는 괜찮은데.
지난 2월초 주말에 폭설이 와서 눈을 세 번이나 치우고 나니
피곤해서 월요일에는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냈다.
설상가상으로 일하는 곳에 한명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분주해져서 보통 때보다 더 일을 하게 되어 집에 오면
밥을 해먹고 치우고 나서 TV의 뉴스를 보고 나면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금요일 점심에 딸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취소를 했다.
금요일 오후에 딸이 전화를 해서 2월 7일, 토요일에 사위가 세미나에 참석을 해서
혼자서 애들 둘을 돌보아야하는데 토요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하고 물었다.
금요일에 8시간을 일을 하고 오면 너무 피곤해서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 대신 돌아오는 토요일 2월 14일 바렌타인데이에는 내가
하루 종일 챨리, 메디를 봐 줄 테니 오랜만에 둘이서 시카고 다운타운에도
나가서 구경을 하고 점심도 같이 하라고 했다.
딸이 “엄마 혼자서 둘을 보려면 힘들지 않을지?”
"그래도 되나?" 해서
"나이가 들었어도 하루는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했다.
금요일 일을 하고 와서 저녁을 먹고 일찍 침대로 향했다.
다음날 2월 7일,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몸도 가벼웠고 또 날씨도
조금 풀린 것 같아서 아침 9시에 남편과 보타닉가든을 다녀왔다.
집에 와서 전화를 체크하니 딸한테서 10시에 전화가 왔다.
딸한테는 힘이 들어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해 놓고 보타니가든에 가서 걷고 온 게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 생겼나하고 가슴부터 내려앉는다.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한 30분을 기다리니 딸이 전화를 했다.
무슨 일로 전화를 했냐고 하니 돌아오는 바렌타이데이에는 엄마가 오지 말고
그다음날 일요일에 자기 집에 오라고 한다.
나이들은 엄마가 힘들게 애 둘을 보고 있는데 자기네들은 놀러나가서
점심식사까지 하고 오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그리고 나가서 놀아도
너무 부담이 되어 마음껏 못 놀 것 같아 바렌타이데이에는 8시간을
애들을 봐주는 사람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니 엄마와 아빠도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식사와 와인을 마시면서
즐거운 바렌타인데이를 지내시라고 한다.
남편은 내가 2주에 한번 딸네 집에 가 손주도 보고 딸한테 음식도 가져다주는 것을
아주 반대는 하지 않으나 가끔 "너무 과잉으로 해 주지는 말라."고 한다.
"너무 과잉으로 해 주면 독립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수긍을 하고 딸은 그냥 오라고 하는데도 갈 때마다
나는 한 보따리를 가지고 가게 되니.
아마 모든 친정 엄마의 마음이 이렇지 않나한다.
이번 바렌타이데이에는 딸의 말 데로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와 잘 마시지 못하나
와인도 하면서 묵은지와 같은 정을 나누어 볼가 한다.
묵은지와 같이 오래되어 곰삭은 情도 사랑이니.
음정의 님들 "Happy Valentine's Day!!!"
Perhaps Love - John Denver & Placido Domi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