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에게 7송이의 수선화를....
7송이의 수선화를 나의 친구에게
나의 대학 동기 중에 수선화라는 닉네임을 가진 친구가 있다.
대학을 다닐 때에 그녀와 나는 가까운 동네에 살아서 그녀와 얘기를 더 하고 싶어서
버스를 갈아타는 대신 같이 걸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을 오기 전에 인턴도 같은 병원에서 했다.
인턴 숙소에서 겨울이면 눈이 오는 밖을 내다보며
"왜 우리는 남자친구도 하나 없어서 첫눈을 보고 청승을 떨고 있지?"하면서
그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벌써 육순이 훨씬 지난 할머니 대열에 들었다.
지난 방문 때에는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시간을 내어
짧은 여행도 같이 했고 떠나는 날 공항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우리 여자동기들 사이에서 그녀를 천사라고 불렀다.
마음씨가 여리고 다른 동기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성심껏 도와주는 그녀.
그런 여린 마음을 가졌으면 복을 참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못해서 항상 신경이 써지는 친구이다.
바쁜 직장생활에 시할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지내면서도
한 번도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 그녀.
바쁜 생활에도 매년 일월이면 어김없이 그녀한테서 야생화 달력이 연하장과 함께 온다.
"여기 시카고는 산도 없고 야생화를 보기가 쉽지않다."고 오래 전에 한마디를 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한국의 야생화달력을 매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 사진을 찍으면서 그녀를 생각한다.
수선화처럼 가냘픈 그녀의 모습.
수선화는 가냘프게 생겼지만 다른 꽃보다 강해서 한번 심으면 다음 해에
꼭 꽃을 보여주고 어느 풍경에나 너무 잘 어울리는 꽃이다.
수선화의 꽃말은 고결, 자아도취 그리고 자애이지만
그녀한테는 자애와 고결이 어울린다.
그녀는 일년전에 은퇴를 하고 쉬면서 자기 취미인 그림이나 그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지 한달 전에 강릉에 다시 취직이 되어 떠났다.
천사처럼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 큰 짐이 씌워지는지?
올해도 보타닉가든에는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수선화 7송이가 아닌 풍성하고 흐드러지게 핀 수선화 한 아름을 그녀에게 보내고 싶다.
Brothers Four - Seven Daffodils
내 고운 친구야/이해인
어느날 "눈이 빠지게 널 기다렸어"
하며 내게 눈을 흘기며
마실 물을 건네주던 고운 친구야
이름 부를 때마다 내 안에서
찰랑이는 물소리를 내는 그리운 친구야
네 앞에서만은 항상 늙지 않은
어린이로 남아 있고 싶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너를
사랑하던 아름다운 기억을
그대로 안고 갈 거야
서로를 위해 주고 격려하며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그 기다림의 순간들을
하얀 치자 꽃으로 피워낼 거야
진정 우리의 우정은 아름다운
기도의 시작이구나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