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이 작은 백일홍을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에게..

bluepoppy 2015. 8. 9. 12:03

 

 

 

 

 

 

 

 

 

 

 

 

 

 

 

 

 

Mexican Shell flower

 

 

 

 

 

지난봄에 아주 작은 구근을 10개 사서 뒤뜰의

커다란 화분에 심었다.

그리고 구근을 심은 것을 잊고 있었다.

 

초여름이 되니 싹이 나고 2주전부터 꽃봉오리가 생기더니

조개처럼 생긴 꽃이 피었다.

보타닉가든에서 두 번 사진을 찍은 꽃이다.

이름은 Mexican Shell Flower이다.

 

처음에는 주황색이 피더니 그 다음날은 노란색이 피었다.

아침에 활짝 핀 꽃을 보고 오후에는 이 아름다운 꽃을

카메라에 담아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 와보니 아름답고 화려하던 꽃은 없어지고 꽃이 핀 자리에 주글주글한

꽃의 잔여가 남아있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이 꽃 이름을 입력하니 하루만 피는 Daylily에 속하는 꽃이다.

너무나 짧은 시간을 머무르다 가는구나.

 

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에 우리 곁을 떠난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녀는 오십대 중반에 우리 곁을 떠났다.

 

어렸을 때에는 오십대 중반 하면 아주 많이 산 인생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육십도 반이 넘은 나이가 되고 보니

오십대 중반하면 아직 인생의 마무리를 지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미완성의 나이가 아닌가 한다.

결혼해서 애들을 키우고 직장생활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조금 삶의 여유가 생기고 뒤를 돌아 볼 여유가 생긴 나이에 이렇게 떠났다.

 

 

고등학교 동창은 내가 사는 그랜뷰에 살았다.

딸이 둘이고 큰 딸은 우리 딸, 쌘디보다 한 살이 더 많고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고, 둘은 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불었다.

그녀는 체구는 작으나 생활력이 강하고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된 Donald Trump

그녀의 우상이라 커다란 아파트 건물을 사서 세를 주고 관리를 하느라 몹시 바쁘게 지냈다.

남편은 여기 미국 철물점의 연쇄점인 True Value을 운영하고 있었다.

 

장례식에 가니 커다란 TV에 그녀의 생전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옆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미소를 지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생을 너무 열심히 살고 간 친구이다.

 

나는 그녀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른 꽃이 있다.

당당하게 생긴 야무진 백일홍이다.

백일을 핀다고 붙혀진 이름, 백일홍.

친구는 백일홍을 닮았는데 왜 이렇게 빨리 갔을까?

그 친구가 살던 집 근처를 지나가면 그녀가 많이 생각난다.

그녀가 살던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차에 내려서

초인종을 누르면 그녀가 반갑게 나를 맞아 줄 것 같다.

 

 

올 봄에 백일홍 꽃씨를 심었는데 너무 추워서 싹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늦은 봄에 다시 씨를 심었더니 이른 여름에 싹이 나와

이제야 꽃이 피기 시작을 한다.

이 작은 백일홍을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다.

                                     

2015년 8월 중순..

 

 

 

 

 

 

Alexandre Desplat The Wonder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