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소박한 꽃밭이 좋다..
어제는 3주 만에 다시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아직 오래 걷는 것은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 집에서 10분도 되지 않은 거리에 있는 자연공원,The Grove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먼저 자연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늦여름에 아름답게 핀 꽃들이 다 지고 벌써 가을 냄새가 나는 풍경이다.
몇 개의 사진을 담고 차를 운전해서 다른 주차장에 세우고
그로브에 가면 내가 항상 들르는 작은 오두막의 꽃밭에 갔다.
담장 옆으로 심은 장미가 아직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꽃밭이다.
그러브의 작은 오두막집의 꽃밭
우리 집의 꽃밭도 이렇게 cottage style(오두막집 스타일)이다.
시카고 근교지만 도시에 가까운 타운에 살아서 우리 집의 터는 아주 크지 않다.
꽃밭도 작다.
철망으로 된 담장을 경계로 안에는 주로 다년 생의 꽃과 씨를 뿌려서
핀 꽃들이 있고 밖은 일년생의 작은 꽃들이 있다.
아래 사진은 나의 꽃밭의 봄부터 가을 풍경이다.
봄에는 이렇게 함박꽃이 화려하게 겨울 동안 텅 비었던 꽃밭을 장식 해 준다.
함박꽃을 이어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페튜니아 걸이화분이
나의 꽃밭을 아주 로맨틱하게 만들어 준다.
여름이 오면 이른 봄에 씨를 뿌린 파피들이 색색으로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백일홍도 한 몫을 한다.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고.
아침마다 나팔꽃이 나팔을 불고
비 가 온 다음날에는 거미 중에 맺힌 물방울에 이웃이 담겨있고
여기저기에 작은 버섯들이 고개를 든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나의 꽃밭이 올해는 수난을 겪고 있다.
그로브에 사는 사슴들 덕분에.
봄에 올라온 릴리는 봉오리만 생기면 사슴들이 서리를 하고
모종을 한 백일홍은 꽃망울이 맺히기 전에 다 먹는다.
한 번은 담장 안의 밭까지 들어와 릴리 봉오리와 꽃을 다 따먹고 갔다.
아마 내가 실수로 뒷뜰로 들어오는 문을 열어 놓은 것 같다.
어제 그로브에 가서 오두막집 꽃밭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의 뒤에서 커다란 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아 돌아 보니 건너편에
사슴 두마리가 유유하게 걸어다니면서 나뭇잎들을 뜯어 먹고 있었다.
이렇게 유순하게 생긴 사슴들이 우리 꽃밭의 꽃들을 마구 뜯어 먹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년에는 우리 꽃밭의 꽃을 마구 뜯어먹지 말고 조금만 먹었으면 좋겠구나.
Song: I Believe from "The Chinese Botanist's Daughters"
Composer: Eric Levi
꽃밭에서
내가 만든 작은 꽃밭에
아침마다 인사하러 가면
예쁜 꽃들이
손을 들고
시 낭송을 하겠단다
저요 저요
여기 있어요
우리도 있어요
나는 누구를 시킬 지 몰라
그냥 그냥
웃으며 서 있는
행복한 사람
꽃향기에 어지러운
꽃선생님이다.
시험도 숙제도 안 주는 맘씨 좋은 담임이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