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설렘...
기다림... 설렘...
지난 주말에는 한 달 만에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가기 전날은 괜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도 설렘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침에 일어나 TV뉴스에서 나오는 일기예보를 보니
보타닉가든이 있는 호숫가에는 비가 올지도 모른다고 나왔다.
그리고 아주 선선한 날씨라고 했다..
간편한 재킷을 걸치고 카메라 백 그리고 삼발을 가지고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에는 차가 별로 많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보타닉가든의 본관에서 헤어져서 오늘은 3시간 후가 아닌 2시간 후에
항상 만나던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수련과 연꽃이 있는 인공연못이 있는 헤리티지 정원에 가니 기대하지 않았던
연녹색의 연꽃이 나를 반겼다.
연꽃을 찍고 나니 구름이 가득하던 하늘이 구름이 다 벗겨지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작은 헤리티지 정원에는 꽃들이 거의 지고 여름의 초록은 거의 사라지고
가을의 맛이 담긴 갈색으로 변했다.
그래도 여름 칸나는 초가을의 햇빛아래 마지막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나비도 없는 하얀 붓들레야(Butterfly bush)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작은 가든 옆에는 장미화원이 있다.
장미화원에 들어서니 장미꽃의 향기가 아닌 은은한 가을 크리마티스 꽃의
향기가 장미화원을 덮고 있었다.
격자모양의 트렐리스 사이로 핀 으아리꽃이 가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벤치에 삐죽히 고개를 내민 프록스가 가을 햇살에 발갛게 물든 소녀들의 얼굴같다.
가을으아리꽃의 향기를 뒤로하고 장미화원 옆에 있는 영국정원에 들어서니
여름 꽃들은 다 지고 가을을 알려주는 뻐꾹나리 꽃이 한창이다.
뻐꾹나리 꽃의 배경도 초록이 아닌 연갈색이 섞여있다.
사진을 별로 많이 찍지 않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벌써 한 시간 반을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천천히 걸어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전시장을 향했다.
전시장에 가니 아직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헐레벌떡 남편보다 늦게 도착을 했는데...
전시장의 복도에는 아주 화려한 맨드라미 화분이 몇 개 보인다.
시간이 남아 맨드라미를 카메라에 담고 유리문을 통해 밖을 보니
커다란 호수의 분수에 무지가가 걸려있다.
그리고 호숫가를 서성거리는 사람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무지개를 카메라에 담고 나니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 오는 게 보였다.
많이 기다렸냐고 물어
"이렇게 먼저 와서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괜찮은데." 했다.
이렇게 나의 한 달 만의 보타닉가든 방문은 끝났다.
이 방문을 기다리면서 마음이 설렌 어제를 돌아보니
나는 항상 이렇게 기다리면서 설렘을 많이 즐겼던 것 같다.
어릴 때에 소풍을 가면 소풍을 간 날보다 소풍을 기다리면서 설렌 날들이 더 좋았고
또 음악회에 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기 전에 기다리면서 설레는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
이번 주말에는 손주 챨리가 우리 집에 와서 토요일 밤을 지내고 간다.
나는 지금부터 토요일을 기다리면서 설레고 있다.
아마 챨리도 토요일을 기다리면서 설레고 있겠지?
First Love - Joe Hisaishi
마음을 설레게 하는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