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머무는 흑백 사진하나.
그리움이 머무는 흑백 사진하나.
위의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어머니의 처녀 시절의 사진이다.
아마 20대 초반에 찍은 사진이 아닌가 한다.
이 사진은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커다란 앨범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어머니가 남기고 가신 유품을 정리하면서 앨범을 내가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동생한테 주고 나는 어머니가 매일 곁에 두고 보시던성경책을 가지고 왔다.
지난 방문에 앨범을 보고 싶어서 동생한테 물으니
큰언니가 앨범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언니한테 물으니
자기는 어머니의 앨범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아마 동생이 이사를 많이 해서 앨범이 분실된 것 같다.
이 오래된 앨범에는 훤칠하신 외할아버지, 항아리처럼 생긴 치마를 입으신
자그마하신 외할머니 그리고 배우를 뺨치게 아름다운 3명의 이모들 모습이 들어 있다.
나는 어려서 심심하면 어머니의 앨범을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앨범에는 어머니가 매일 들려주시던 옛이야기 들어 있었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그리고 이모들의 얘기가 들어있었다.
어머니의 고향은 이북 황해도이다.
육이오 후에 남쪽으로 내려오신 분은 큰 이모 한 분이셨다.
이모는 이모부가 젊어서 돌아가셔서 혼자 사셨다.
이모님도 아주 젊어서 돌아가셨다.
매년 보름이면 우리집에 커다란 방석만한 강엿을 사오시던 이모님.
어머니와 많이 비슷한 모습이지만 더 여린 모습의 이모님.
앨범에는 돌아가신 이모부 그리고 이모의 사진도 많이 들어 있었다.
그림 같은 이모와 이모부의 사진들 나는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이모부는 옛날 연대의대(세브란스)를 나오셨다.
어머니에게는 형부가 되는 이모부가 선망의 상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식 중에 하나는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 기입란에는 항상 “의사”가 적혀있었다.
지금도 이 작은 흑백사진을 보면 앨범에 들어있는 사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며칠 있으면 어머니의 기일이다.
26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기쁜 일이 생겨도 그립고 어려움이 닥쳐도 그리운 어머니.
증 손주들을 보셨으면 얼마나 신통해 하셨을까?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시면서 “참 신통방통한 내 증 손주들!!”하시겠지.
오늘도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어머니께 손주자랑을 하고 있다.
“너는 모습은 하나도 나를 닮지 않았지만 성격은 나를 닮아 자식자랑,
손주자랑을 하는 팔불출이구나.“ 하시겠지.
어머니 기일에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릴리사진을 바칩니다.
2016년 이월 중순에..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내일 날에
내가 부모가 되어서 알아보랴?
김소월
어머니가 항상 옆에 두고 계시던 성경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