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

bluepoppy 2016. 4. 5. 03:56






















지난 주말에 보타닉가든에 가니

날씨가 추워서 많은 방문객이 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이라 우선 온실부터 들러서 새로운 꽃이 피었는지 

확인을 하려고 온실로 들어가는 입구 복도 전시장에 들어서니 꽃의 향기가 진동을 했다.

향기를 맡으면서 등나무 꽃 화분을 갖다놓았구나

생각을 했는데 내가 짐작한데로 등나무 꽃이 핀 커다란 화분 3개가 전시되었다.

실내의 조명이 별로라 사진은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았으나

등나무 꽃이 너무 아름답게 늘어져서 몇 개를 나의 사진기에 담았다.

여름에는 보타닉가든 영국정원에 등나무 꽃이 핀다.

등나무 꽃을 보면 생각나는 얼굴이 있다.





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


해마다 등나무 꽃이 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십여 년 전에 나는 한 외래병원(Clinic)에서 매주 토요일

X-Ray Film을 판독하는 일을 했다.

같은 왜래에 일본인 의사 Dr. Omari라는 나이가 많은 분이 같이 일을 했다. 


그와 내가 유일한 동양인 의사여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많이 친해졌다.

그분도 내가 사는 Glenview에 사셨다.


부인과 함께 넓은 정원의 조그마한 집에 사셨고

여름이 되면 밭에서 손수 가꾸신 일본 오이를 따서

상하지 않게 정성스럽게 프라스틱 랩으로 싸서 가져다주곤 하셨다.


봄만 되면 등나무 꽃 얘기를 많이 하셨다.

일본에는 등나무 꽃이 어디가나 많고 너무 아름답게 피고

땅까지 늘어진 등나무 밑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하늘이 꽃으로 덮인 것 같다고..

그런데 여기 시카고의 등나무는 별로 꽃이 길지도 않고

치렁치렁 땅까지 내려오지 않아 등나무 같지가 않다고 했다.


그분은 하와이에서 의과대학를 마치고

미국 켈리포니아 주로 이주해서 사시다가 일리노이 주로 오셨다.

가끔 일본도 방문하시는데 항상 이 등나무 꽃이

피는 봄에 다녀오신다고 했다.


어느 봄날 나의 office에 오셔서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셨다.

일본 등나무 모종을 구입했고

올해 뒤뜰에 심어 몇 년만 기다리면 

등나무가 우거져서 그 등나무 밑에서

하늘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에게 "우리 집에 와 등나무가 우거진 아래에 앉아 차를 같이 마시자고."


등나무를 심은 봄이 지나고 다음 해 봄에 그의 부인께서 암에 걸리고.

가을에 이 세상을 하직을 했다.

부인을 보내신 다음 해에 은퇴를 하시고 일 년 후에 그분도 시카고를 떠나셨다.

여기 시카고에는 친척이 아무도 없어서

조카가 사는 쌘디에고로 이주하셨다..





나는 지금도 보타닉가든에 등나무 꽃이 주렁주렁 필 때면

따뜻하고 다정하던 Dr. Omari님이 생각난다..


일본의 찬란한 등꽃을 보시려고 다녀오셨는지?


아직도 건강하신지?


 


보타닉가든 영국정원의 등나무 꽃..




Song: Memory from "Battle Royale"
Composer: Masamichi Am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