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20년만의 반가운 만남을 만들어 준 나의 카메라.

bluepoppy 2016. 4. 15. 11:09










by Sylvan T. Runkel, Alvin F. Bull · Iowa State University Press · Paperback · 257 pages 

새로 산 야생화 책.




오늘 오후에 책 한권을 사러 책방에 들렀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 주에 피는 야생화 사진을 담은 책이다.

어제 밤에 인터넷에 들어가니

책이 나온 지가 오래되어 새 책은 별로 없고

쓰던 책들이 쇼핑 리스트에 주로 나왔다.

그런데 여기 큰 책방, Barnes & noble에 이책이 있다고 나와

오늘 조금 한가해서 점심을 먹고 책방에 갔다.

책방에 가서 책이름을 보여주면서 가지고 있나 하고

Front desk에서 물으니

책이 나온 지가 20년이 넘어서 책방에는 없고 인터넷 책방에는 있다고 했다.

책은 사지 못하고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근처에 보타닉가든 있어서 잠시 들렀다.

(나는 쇼핑을 갈 때마다 항상 카메라가 든 가방을 나의 차 뒤 자석에 넣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









나는 보타닉가든은 주로 토요일 아침 일찍 가는데 일요일 오후에 가니

방문객들이 너무 많아 들어가는 입구부터 복잡했다.

입구를 지나 작은 꽃들이 피는 Heritage Garden에 잠시 머물고

벤치에 앉아 쉬고 싶어서 호숫가의 벤치에 가니

빈 벤치가 없어서 다시 작은 정원으로 돌아오는데 앞에

노부부가 걸어오는데 모습이 눈에 많이 익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우리 딸아이의 피아노 선생님 부부였다.

얼마나 오랜만의 만남인가?

20여년만의 만남이다.








피아노 선생님은 러시아에서 이민을 온 유태인으로

이름은 Mrs. Svetlana이다. 모든 학부형들이 그냥 라나(Lana)라고 불렀다.

체구도 자그마하고 얼굴도 자그마한데도 첫인상이 아주 강한 느낌을 준다. 


딸아이는 6살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카고에서 작은 칼리지에 속한 독일 계통의 여자선생님한테 피아노를 배웠다.

친정 아버지가 음악을 하셔서 언니와 동생은 음악을 전공했다.

그런데 나는 돌연변이인지 다루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열등감이 항상 마음에 앙금처럼

남아 있어서 그런지 딸이 6살 생일이 지나자 말자 피아노 레슨을 보냈다.











딸이 다행하게도 나를 닮지 않아 소질이 있었던지 선생님한테서 많은 칭찬을 받았다.

딸이 9살 때에 우리가 지금 사는 시카고 근교로 이사를 오게 되어

매주 시카고로 레쓴을 받으러 갔다.

일을 하고 와서 오후에 가니 너무 힘들어서 다른 피아노선생님을 찾고 있었는데

직장의 동료가 Mrs. Svetlana를 소개 시켜주었다.

딸이 9살부터 16살까지 피아노 레슨을 받았으니

거의 8년을 선생님이 매주 우리 집에 오거나 또 선생님 댁에 가서 레슨을 받았다.

딸이 소질이 있었던지 중학교 중간부터 피아노 경연에 나가기 시작을 했다.

고등학교부터는 경연에 나가는 횟수가 늘어 조금 부담을 가졌는데

딸이 고등학교 2학년 중간에 이제는 대학을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연는 나가지 못하겠다고 해서 그만 두고 레슨만 받다가

2학년 말에 공부에 신경을 더 쓰고 싶다고 피아노 레슨을 관두었다.


마지막 피아노 레슨이 끝나던 날에 딸, 라나 그리고 눈물이 많은 나

모두 손을 붙들고 울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딸은 그 후에도 피아노 선생,라나를 가끔 만났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여름이면 음악을 좋아해서 여름 시카고 심포니 페스티발을 하는

"Ravinia summer music festival"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 번 만났고

또 책과 음반을 파는 "Border book & music"스토어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CD를 사러왔던 라나를 몇 번 만났다.



나는 라나를 마지막으로 본 게 마지막 레슨 날이니

거의 20여년만의 만남이다.


작은 정원의 벤치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할말이 너무 많았다.

라나가 쌘디의 소식을 물어서 쌘디는 결혼을 했고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멀리 타주에서 살다가 작년에 시카고 근교로 이사를 왔다고 하니

한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라나는 20년의 세월을 말해주는 얼굴의 주름, 더 왜소해진 몸매지만

강한 인상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3시가 다되어간다.

남편이 책을 사러 나간 사람이 책방이 아닌

책을 만드는 공장에 갔는가 할 것 같아서 아쉬운 만남이지만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참 우연한 만남.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면 들르지 않았을 보타닉가든.

카메라야 "너 덕분에 반가운 만남을 가졌구나."

카메라에게 감사를?


2016년 4월 중순에...


 

위의 사진들은 얼마 전에 우리집 근처에 있는 자연공원과 보타닉가든 야생가든에서

담은 야생꽃이다.

Touching Heart by Eric Chiryo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