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가을편지/"Attic에 넣어둔 못 부친 사진".

bluepoppy 2016. 10. 6. 10:50















내가 사는 그랜뷰는 가을이 오면 비가 자주 내린다.

지난 주 에는 거의 3-4일을 비가 내렸다.

야생 가든에 가니 매년 즐겨 찍는 워싱턴 산사열매가 익기시작을 했다.

올해는 몇 개 열리지 않았고 색도 곱지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끼었고 또 바람도 많이 불었다.

다음에 오면 열매가 너무 익어서 떨어질 것 같아

조금 무리지만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채소 가든을 향했다.

채소가든을 한번 들러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을 했다.

그래서 비도 피할 겸 허브와 드라이플라워를 걸어놓는 작은 전시장에 들어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이 작은 방에 서너명이 비를 피하고 있었다.


기다려도 비가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아 카메라에 담을 무엇이 있나하고

둘러보니 창문으로 채소밭의 풍경이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보는 풍경은 밖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달랐다.

밖의 풍경을 찍고 무료해서 의자에 앉아 있는데

창문에 거미줄에 갇혀 있는 낙엽이 눈에 들어왔다.

앵글을 바꾸어 이리저리 찍어 보았다.


집에 와서 다운을 하고 조금 포토샵을 해서 접사 방에 올렸더니

작약이피는곳님이 내가 올린 다른 사진에 댓글을 쓰시면서 이 사진을 첨부하셨다..

제목은 "Attic에 넣어둔 못 부친 사진".


꿈보다 해몽이 더 멋있다는 식으로

이 심플한 사진에 붙혀진 제목이 더 멋있다.


Attic은 아니지만 오래 전에 받은 사진들을 보관하는

작은 상자에는 지금도 30여 년 전에 쓴 편지 몇 개가 있다.

끝을 마치지 못한 편지, 부치려고 곱게 접어 봉투에 넣은 편지,

시작만 편지...


나는 가끔 이 상자를 열어본다.

그리고 오래 전에 쓴 편지를 본다.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세월의 때가 덜 묻은 참 순순한 편지구나하고 생각을 한다.

이 상자 안에는 오래 전에 친구한테서 온 편지들도 있다.


편지를 다시 본다..

먼 옛날의 그녀의 모습이 나의 앞에 다가온다..


이런 손 편지를 받아 본 게 까마득한 옛날이다..

요즘은 카카오 톡으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고 또 사진도 즉흥으로 보내고..

그런데 나는 카톡이 별로라 많이 하지를 않는다.

카톡보다는 E mail이 더 좋고 가끔 손 편지가 많이 그리워진다.

가을이 오니 손 편지가 더 그리워진다.


이번 가을에는 아름다운 카드를 하나 사서 친구에게 손 편지를 보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가을편지가 또 하나의 못 부친 편지가 되어 이 상자에 남겨지지 않을지?



그래도 좋다

세월이 지난 다음에 다시 펴 보면 되니..


 








가을편지. 고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편지 - 김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