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bluepoppy 2017. 1. 30. 05:57
















이제 두 달 만 기다려면 만날 봄꽃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타닉가든에는 가끔 장애인들이 단체로 견학을 온다.

청각장애인, 다운 증후군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이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함께 보타닉가든에 온다.

 

몇 년 전 여름, 장미가 만발한 장미정원에 시각장애인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이 아름다운 장미화원이 눈에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애잔했다.

그런데 그 무리 중에 작은 여자아이가 장미꽃 앞에 앉더니 두 손으로

장미꽃을 만지고 또 코를 데고 냄새를 맡으면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장미에 가더니 연신 장미 향기를 맡으면서 어루만지고 장미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꽃의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구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은 날 때부터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이런 마음은 또 후천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닌가한다.

 

나의 친정은 별로 풍부한 가정이 못되었다.

음악을 전공하신 아버지가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으시는 바람에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사를 다닌 것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커다란 집에 이사를 갔다가 작은 전셋집으로 가면 모든 가구를 팔고

줄이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우리와 함께 한 것은 딱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래 전에 장만한 독일에서 만든 스테레오 시스템과 또 하나는 피아노였다.

어머니가 다른 것은 다 처분하셔도 이 두 가지는 절대로 안 된다고 우기셨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모은 레코드판은 주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악이었다.

 

나는 음악에는 재능이 없다.

피아노 레슨을 보내면 한손으로 하다가 두 손으로 바뀌면 두 손이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따로 놀고 하모니카를 불어도 웬 쉰 소리만 나오는지 민망해서

하모니카를 던져버렸고..


그런데 음악을 듣는 것만은 음악을 전공한 언니와 동생보다 더 즐겼다.

그래서 나는 가끔 레코드판도 어머니 들으시라고 사오기도 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의 덕분인 것 같다.

 


꽃을 유난스레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작은 꽃 한 송이라도 꽃병에 꽂아 놓으시고

생전에 계셨던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아파트에는 방석만큼 커다란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꽃을 피웠고 공동으로 키운 아파트 정원에는 항상 꽃이 만발을 했다.


내가 이렇게 꽃을 좋아하고 접사에 빠진 것도 아마 어머니의 덕분이 아닌가한다.


 


얼마 있으면 어머니의 기일이다.

20여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저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주신 어머니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 새로 주문한 작은 렌즈 (Lensbaby Velvet Macro)



내가 좋아하는 Janny Kleijn의 사진 

이 렌즈로 찍은 사진..






piano : Van Cliburn

Liszt : Consolation No.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