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삼대[三代]를 내려오는 바느질 솜씨.

bluepoppy 2017. 7. 22. 10:40

























삼대를 내려오는 바느질 솜씨.

 


위의 사진의 메디가 입은 공주 옷 같은 드레스는 딸아이가

처음으로 만든 옷이다.

올해 할로윈데이에 입을 옷이다.

인터넷을 보고 겨우 만들기는 했는데 마무리가 힘이 들어서 가지고 왔다고 했다.

바느질이 조금 엉망이지만 처음 만든 작품이 보통이 아니다.

나도 딸이 한 살이 조금 넘었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을 할 때 까지

많은 옷을 만들어 입혔다.

어머니도 내가 어렸을 때에 Pattern이 없는데도 옷을 만들어 주셨다.

 

어머니는 딸부자 집의 셋째 딸로 태어나셨다.

딸 넷 중에서 어머니가 음식 그리고 바느질 솜씨가 #1이셨다.

그런데 어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좋으면 팔자가 세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할 때까지 재봉틀을 만지지 못하게 하셨다.

 




중학교를 들어가니 2학년부터 재봉시간이라는 게 생겼는데

처음 과제가 간단한 블라우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재봉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주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였다.


천, 바늘, 실 그리고 가위를 준비해서 가지고 오라고 해서

모든 것 준비해서 학교로 가지고 갔다.

재봉시간에 선생님 앞에서 선생님이 주신 pattern을 놓고

천을 자르고 손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것이다.


천을 자르기 전에 자르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그냥 페턴을 놓고 자르면 되지 자르는 데도 법칙이 있나 하고

설명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왼손으로 천을 자르고 있는데 오른손으로 가위질 하는 것을

익히라고 강요를 하셔서 왼손으로 하니 자른 천이 비뚤비뚤했다.

비뚤비뚤한 것은 바느질로 감출 수 있는데

문제는 천을 선생님이 설명하신 데로 자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자르고 보니

위의 사진의 불라우스처럼 오른편 앞면은 가로로 왼편은 세로로 잘랐다.

그리고 소매는 무늬가 항상 세로로 되어야 하는데 가로로 잘라 놓았다.


재봉선생님이 나의 블라우스를 보시더니 거의 30년을 재봉을 가르쳤는데

이렇게 희한하게 만드는 블라우스는 처음 본다고.

다음 재봉시간에 새 천을 가져와 지시한데로 제대로 자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때에 우리집안이 경제적으로 조금 힘이 들어서

어머니한테 새로 천을 사야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아 이상하게 자른 것으로

블라우스를 완성했다.

지금 내 놓으면 아주 개성이 있는 블라우스를 만들었다고 성적표에

나왔을 텐데 대신 "미"가 나왔다.

 

 

내가 바느질에 흥미가 생긴 것은 딸을 낳고 집에서 2년을 쉴 때였다.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아가 결혼을 하면서 사둔 재봉틀로 애기 이불도 만들고

귀저기를 담아두는 것도 만들고 했다.

천 가게에 가니 옷을 만드는 데 필수인 Pattern도 팔아서 애기 옷부터 만들기

시작을 해서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가지 옷을 만들어 주었다.

 

요즘은 시간이 더 한가한데도 바느질을 하지 않고 일 년에 한번

손주들의 할로인 커스텀을 만들어 주고 있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카페에 매일 올리느라 바느질을 할 시간이 없고

또 돋보기를 쓰고 하는 게 너무 불편해서 제봉 틀을 멀리한다.

 

딸의 처음 작품을 보면서 이제는 딸한테 물려줄 때가 되었구나.

늙어간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어머니도 내가 만든 옷을 보고 이런 마음이 드셨을까?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이렇게 대물림?을 하는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2017년 7월에..


 


From the beautiful Thomas Newman score to "How to Make an American Quilt."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