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맞은 시카고 겨울
심술 맞은 시카고 겨울..
금요일에는 아침부터 흐리고 몹시 춥더니 오후에는 첫눈이 내렸다.
아직 집 앞의 커다란 단풍나무는 단풍이 덜 들어 초록이 드문드문 보이는데.
시카고는 이렇게 가끔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어제 토요일에 오랜만에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우리 동네는 눈이 잔디를 살짝 덮었고 그리고 차고 앞을
하얀색을 페인트를 한 것처럼 겨울의 맛만 보여주는 눈이 내렸는데
보타닉가든은 호수에서 가까워서 Lake effect snow(호수의 훈훈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내륙의 차가운 공기와 부딪쳐서 오는 눈)로 눈이 꽤 많이 내렸다.
길에는 눈을 치우고 모래를 뿌려놓았다.
보타닉가든은 눈이 오면 눈을 치우고 소금을 뿌리는 대신 모래를 뿌려놓는다.
아마 소금이 나무들에게 해가 되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눈이 왔고 날씨가 추워서 주말인데도 방문객이 별로 없다.
10월 초에 방문을 했으니 3 주만의 방문이다.
화려하게 장식을 하던 브라질 꽃들도 다 들어가고 Brazil Banner도 다 내려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light장식을 하느라 분주했다.
온실도 장식을 하느라 문을 닫았다.
멀리서 보니 호수가 반들거려서 가까이 가보니 호수에 얇은 얼음이 얼었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았는데도 눈 위를 걷는 것을 다 잊은 것처럼
조심조심 발을 디디 게 된다.
풍경을 찍고 싶어 작은 광각렌즈를 끼고 찍는데
한참을 찍으니 갑자기 찍은 사진이 나오지 않고 카메라 화면에
“광각렌즈에 이물이 들어가 카메라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나왔다.
“이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렌즈 안을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내가 항상 사용하는 마크로 렌즈로 갈아 끼우고 한참을 찍다가
“추운 날씨라 작은 광각렌즈가 얼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백팩에 넣어둔 광각렌즈를 꺼내어 연결을 하니 다시 작동을 했다.
일본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다리에서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니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 물어 사진 4장을 찍어주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만족한 웃음을 짓고 고맙다고 한다.
다시 큰 호숫가에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걷는 사람도 별로 없다.
별로 많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도 조금 한기가 나서
호수를 다 돌아보지 못하고 본 건물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답답한 실내보다는 밖이 좋았는데
오늘은 훈훈하고 커피향이 가득한 실내가 너무 좋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찍은 사진을 보니 “가을 풍경에 심술맞은 겨울이 시샘을 하고 삐지고 들어온 것 같다.”
나는 변덕스러운 사람은 질색이나
날씨는 일 년 내내 따뜻한 캘리포니아보다는
사계도 있고 가끔 이렇게 심술도 부리는
변덕스러운 시카고 날씨가 너무 좋다,
2017년 11월 12일
Michael Hoppe - Gold Leaves (from Romances for Cello - The Po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