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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선인장을 찍으면서

bluepoppy 2017. 11. 20. 10:44



























게발선인장을 찍으면서...



올해는 빨리 겨울이 오려는지 매일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고 난 다음날은 쌀쌀한 날씨에 바람이 많이 분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있다.

내일은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거라고 일기예보에 나온다.

오늘도 비가 와서 주말에 가던  보타닉가든에 가지 못했다.

오늘은 우리 집에 풍성하게 핀 게발선인장 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명이 별로 좋지 않아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이 게발선인장은 옆에 사는 친구가 오래 전에 몇 개를 준 것이다.

다른 꽃들은 해가 들지 않는 북향인 우리 집에서 자라지 못하고

시들시들 죽는데 게발선인장만은 이렇게 매년 꽃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게발선인장을 여기서는 크리스마스 선인장 꽃(X-mas Cactus)라고 부른다.

꽃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피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얼마 전에 꽃을 피우더니 몇 년 후에는

추수감사절에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 응접실에 놔두면

추수감사절 디너에 꽃 장식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올해는 초가을에 여름 같은 날씨가 한 2주 계속되더니

이렇게 추수감사절이 아직도 일주일은 있어야하는데

화려한 꽃들이 풍성하게 피더니 벌써 시들기 시작을 한다.

  

  

게발선인장을 준 옆에 사는 친구는 시카고에 사는 나의 유일한 대학 동창이다.

우리는 적어도 일 년에 4-5번은 만났다.

지난 몇 년은 친구가 외 손주들을 돌보느라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만났는데 지난 일 년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일 년이 훨씬 지난 목요일에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10월에 한국을 방문한 친구가 동창들의 소식을 전하고

동창이 만든 작은 지갑을 전해주려고 만난 것이다.



친구의 남편이 작년 가을에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 년을 정신없이 지냈고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서 한국방문도 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 나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친구는 나와는 다르게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체격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힘이 들어 더 왜소하게 되었을 거라는 나의 짐작과는

다르게 체중도 늘고 건강해보였다.

일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우리는 너무 할 말도 많았고

또 동창들의 소식까지 전해주자니 3시간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나도 그동안 많은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친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 나도 어려운 일이 많았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동안에 너무 힘들었던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옆에 있으면서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게 너무 미안했다.

친구는 딸이 같은 타운에 살아서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이제 나이가 70이 되어가니 동창들한테서 오는 소식도 좋은 것보다는

좋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3시간이 눈 감작 할 사이에 지나

친구가 손주들을 학교에서 픽업을 해야 해서 일어났다.

    

 

이번 추수감사절에 피치버그에 사는 아들네를 방문하는 친구에게

"추수감사절 잘 지내고 다음에 시간이 나면 또 만나자."

"아마 봄이 오는 때겠지?"


돌아서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았던 눈물이 났다.



2017년 11월 18









"Always There" by Secret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