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이다.
올해 봄은 참 더디게 온다.
4월이 다 지나가는데도
봄은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디에서 쉬고 오는지
꼭꼭 숨어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몇일 날씨가 포근해서 혹시나 봄이 왔는지
궁금해서 주말에 아침 일찍 보타닉가든에 갔다.
나의 옷차림은 봄을 맞으러 가는 게 아닌 동장군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스웨터
두 개에 두꺼운 파카를 입고 또 가벼운 신발이 아닌 부츠를 신었다.
보타닉가든에 가보니 이렇게 복장을 한 게 나뿐이 아니다.
아침 일찍이라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흐린 날이라 해가 올라오지 않아 호수에 잔물결도 없고 잔잔했다.
그야 말로 아침의 고요다.
봄의 연한 녹색은 보이지 않고 나목이 호숫가를 장식하고 있어서
흐린날이라 하늘도 회색. 온통 회색의 세계다.
그런데 회색의 세계에 노란색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산수유 꽃이 눈을 뜨고 있다.
산수유 꽃 옆에는 버들강아지도 덩달아 눈을 뜨고 있다.
큰 호숫가에는 푸른 물결의 작은 꽃들 사이로 한가하게 노는 오리가 보인다.
지난 주말에도 춥다고 웅크리고 있던 오리들이 한가하게 물위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정말 봄이 보타니가든에도 와서 숨을 죽이고 있다.
종각이 있는 언덕에 오르니 크로커스가 동산을 덮고 있다.
추운 날씨로 상한 꽃잎들을 해가 나지 않아 모두 다물고 있다.
언덕을 지나 오솔길로 들어서니 나목사이로 무리를 져서 핀
수선화가 바람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아직 봄의 색인 녹색은 보이지 않으나 분명 봄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봄이 보타닉가든에도 온 거다.
한참을 걸으니 파카와 부츠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회색의 세상이지만 봄은 우리 곁에 온 것이다.
짝을 찾는 로빈 새
기다고 기다리던
봄..봄..봄이다...
2018년 4월 21일..
아직은
봄에게 심술을 더 부릴거다.
봄을 전혀 기다리지 않은 척
겨울이 아예 춥지 않은 척
개울물이 녹기를 기다린 적은 한번도 없은 척
버들강아지 솜털은 아예 쳐다보지 않은 척
아직은
봄에게 땡깡을 더 부릴거다.
목이 빠지게, 눈이 빠지게
봄을 기다렸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고 대면대면하게 맞을 것이다.
눈치빠른 봄이
어느 새 냄새를 맡고
내 겨드랑이까지 간지럼을 피우지만
무뚝뚝한 시치미를 부려볼거다.
고약한 심통을 부려볼거다.
그럼, 봄님이 더 빨리 올까?
그럼, 봄님이 더 오래 머물러 줄까?
- 고향 나무 -
Music video by Grammy award-winning duo Eric Tingstad and Nancy Rumb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