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눈 오는 날의 단상

bluepoppy 2019. 1. 19. 23:52



















나의 호수 "Lake Beck"









눈 오는 날의 단상

 


일주일 전부터 폭설이 내릴 거라고 뉴스에 나오더니

드디어 어제 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손주들 보러가는 설렘에 아침 일찍부터 잠에서 깬다.

오늘은 폭설로 집에 갇히니 이렇게 한가하게 아침 커피를 즐기면서

나의 작은 방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창문으로 뒤뜰을 보니 눈이 가득 쌓였다.

바람이 불어서 눈이 꽃처럼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리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도 눈이 와서 손주를 보러 갔다가

2월부터 피아노 레쓴을 받을 챨리의 피아노 선생님을 만나고

점심을 먹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눈이 조금 덜 내리기 시작을 하니 눈 치우는 사람들이

차고 앞과 집 앞의 걷는 길을 다 치워 놓았다.

그런데 밤새 눈이 더 내려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타운에 눈을 치우는 트럭이 와서 차고 길에 가득 눈을 쌓아놓았다.

두꺼운 파카, 장화 그리고 두꺼운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삽으로 눈을 치웠다.

남편 생전에 매번 눈이 오면 하던 일이다.

노인네 둘이서 살면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반들반들하게 눈을 치우는 집이었다.

한 시간 반의 운동을 하고 나니 힘이 조금 들었지만

깨끗하게 치워진 차고 앞과 보도를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번 눈은 지난 주말에 내린 것의 두 배니 눈 치우는 사람들이

와서 치워도 제설기를 써야할 것 같아 모든 준비를 해 두었다.

 

창밖을 보니 여전히 눈이 오고 바람이 분다.

눈 오는 풍경을 보니 문득 나의 호수가 생각이 난다.

나의 호수를 다녀 온지도 벌써 3년이 되는 것 같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일을 마치고 오면서 들르는 작은 호수가 있는 공원이다.

이름은 “Lake Beck”

눈이 오는 날만이 아니고 마음의 모든 것을 씻고 싶으면

들러서 한참을 머무르다오는 나의 호수다.

 

 

지난해에 오랜만에 동네 극장에서 영화, "보헤미안 랍소디"를 보고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포토 에세이 방에 글을 올리고

친구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으니 잘 지내지를 못한다고 했다.

일주일 전에 취장 암의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뉴스에 그날 전화로 어떤 말을 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뉴욕에 살 때에 2년 반을 룸메이트로 지냈던 친구다.

둘 다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근처에 있는 동시상영을 하는 작은 극장에 걸어서 자주 가곤 했다.

요즘도 새 영화를 보면 전화를 해서 한참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한다.


어제도 잠깐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목소리에 너무 기운이 없는 것 같아 오래 통화를 하지 못하고 끊었다.

나의 목도 잠기는 것 같아서..

 


새해를 맞아 더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소원을 했는데 모든 게 그렇지 못하다.

폭풍전야처럼 불안하던 음정에 드디어 폭풍이 지나갔다.

정이 많이 들었던 님들이 떠나니 옆이 너무 허전하다.

마음이 어수선하니 이방 저방 기웃거리기는 하는데 음악과

글이 귀와 눈에만 머물고 마음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눈이 그치면 오랜만에 나의 호수에 가서 이 모든 것을

호수에 내려놓고 와야지.

그리고 더 이상 헤어짐의 아픔은 올해는 없기를

나의 호수에서 念願해야겠다.



2019년 눈이 오는 주말에











겨울 숲은 따뜻하다 - 홍영철


겨울 숲은 뜻밖에도 따뜻하다
검은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말없이 늘어서 있고

쉬지 않고 떠들며 부서지던 물들은 얼어붙어 있다

깨어지다가 멈춘 돌멩이
썩어지다가 멈춘 낙엽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시간을 붙들어놓고 있다

지금 세상은 불빛 아래에서도 낡아가리라
발이 시리거든 겨울 숲으로 가라
흐르다가 문득 정지하고 싶은 그때







maksim somewhere in time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