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글

야생화 가득한 나의 비밀정원

bluepoppy 2019. 5. 17. 20:05














연령초








코브라 뱀처럼 생겼다고 Cobra lily


바람난 여자의 치마를 한 껏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는 얼레지


Spring beautyf라고 불리우는 일리노이 주의 야생화


제비꽃


민들레도 한 몫을...








야생화 가득한 나의 비밀정원


 

보타닉가든을 다니기 시작 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아주 오래 전에 딸이 초등학교 때에

어머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방문을 하셔서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께

보여주고 싶어서 말로만 듣던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그 후에도 일 년에 한두 번 어머니가 오시면 같이 갔다.


십 여 년 전에 지난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취미로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하다가 딸의 끈기 찬 성화로 사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타닉가든의 회원권을 샀다.

몇 년 후에 남편도 은퇴를 해서 매주말마다 보타닉가든을

방문해서 사진도 찍고 걷기운동도 했다.

거의 10년을 매주 갔는데도 보타닉가든의 일반 방문객들이 주로 가는 정원만 다녔다.

보타닉가든의 주변에 있는 Prairie(들꽃들이 자연적으로 자라는 언덕, 공원)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보타닉가든에 Prairi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2년 전에 직장의 동료가 자기도 보타닉가든에 잘 간다고 하면서

주로 자기는 Prairie를 방문한다고 했다.

봄이면 야생 꽃도 많이 피고 정원에서 자라는 꽃보다 더 친근감이 가서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보타닉가든의 Prairie에 매주 간다고 했다.



남편한테 Prairie얘기를 하니 보타닉가든에서 거리가 멀어 자기는 보타닉가든의

장미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거니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혼자 놔두고 가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 다음에 혼자 와서 가겠다고 했다.




2018년 3월에 찍은 박주가리 홀씨



2018년 봄 3월에 혼자 Prairie를 다녀왔다.

너무 이른 봄이라  별다른 들꽃들은 보이지 않았고 박주가리 씨방만 하늘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며칠 전에 갑자기 Prairie생각이 나서 45분 걸어서 그곳을 갈까

생각을 하다가 보타닉가든 주차장 옆에 있는 작은 자연공원을 가보기로

마음을 먹고 평상시와 다르게 다른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사람들의 방문이 잦은지 작은 샛길도 있었다.

들어가니 요즘 한창 피는 들꽃들이 무리 져서 피어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풍경에 가슴까지 콩당 콩당 뛰었다.

우리 집 옆에 있는 자연공원에는 이 꽃들이 한두 개 여기 저기 피어

이 들 꽃들을 만나면 횡재를 하는 날 같았는데.

이렇게 많은 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



가까이 가서 찍고.. 허리를 구부리고 찍고.. 한참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45분을 걸어서 가지 않아도 이렇게 들꽃들이 핀 작은 Prairie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네.

이제는 보타닉가든에 오면 또 하나의 정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구나.

야생 꽃이 가득한 나의 자그마한 자연공원, 나의 비밀정원



다른 주차장에 핀 튜립도 아름답다.




자주 들르기를 약속하면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운전을 해서

내가 매일 주차를 하는 곳에 주차를 하고 보타닉가든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의 비밀정원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고 횡재를 한 것 같아

슬며시 웃게 된다.



2019년 5월 중순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詩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꽃 : 법능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