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한 것을.
호숫가에서 본 시카고 전경
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성난 호수.
코로나바이러스는 한창인데 목련은 이렇게 눈 부시게 피고
섹스피어가든의 봄꽃.
다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한 것을.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을 한지도 이제 두 달이 넘었다.
처음에는 강 건너 불을 보듯이 남의 나라 일로 생각을 했다.
여전히 일상생활을 하고 딸 식구는 봄방학에 여행을 가는 꿈으로 들떠있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일하던 것을 계속했고 월말에 바쁜 것을
조금 불평도 하면서 지냈다.
3월 중순이 되면서 점점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에 끼어들었다.
딸의 봄 관광선(Cruise ship)여행이 취소가 되었고
또 손주 챨리의 생일 파티가 취소되고 학교도 문을 닫았다.
고령인 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느 누구보다도 위험하다고 해서
3월 중순부터 나와 딸네는 거의 한 달을 왕래가 없었다.
물론 딸의 성화로 4월부터는 일도 나가지 못했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 주 주지사의 명령이 떨어졌다.
“4월 1일부터는 집에 머무르라.”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타닉가든의 봄을 갈 수가 없어졌다.
3월 중순에는 행사만 취소가 되고 정원 안은 거닐 수 있었는데
1 주 후에 모든 것이 취소가 되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문이 굳게 닫혀졌고 이제 봄꽃이 한창인 보타닉가든의 풍경은
작년에 찍은 사진으로 상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문은 닫혀있고 6월 말에나 열지도 모른다는 뉴스 레터가 왔다.
처음 한 달은 시간 가는 게 더디고 느린지 한 달이 일 년처럼 느껴졌다.
이제 두 달이 넘어서니 집에 있는 것이 익숙해졌는지 시간이 예전처럼 빨리 간다.
월요일인가 하면 주말이 되고.
보타닉가든을 방문하는 대신 다른 근처의 작은 정원도 가서 사진도 찍고
또 호숫가에 가서 커다란 미시건 호수도 보고
이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가던 호숫가도 매주 간다.
고요한 호수도 보고, 바람에 노한 호수도 보고
해가 나는 날, 흐린 날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도 찾아간다.
6월부터 8월 말 까지는 손주들의 방학이다.
그동안 애들을 봐주던 사람이 5월 말에 그만 두고 다른 사람이 와서
봐주기로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새로 사람을 쓰는 게 조금 불안 한 것 같다고 한다.
내가 여름 방학동안 애들을 돌봐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매달 직장에서 이번 달은 나올 수 있는지 하고 물어온다.
6월도 Family problem이 있어서 나가지 못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그런데 7,8월까지 휴가를 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딸네 급한 일이 생기면 애들을 사돈댁과 번갈라 가면서
돌봐 준적은 있으나 이렇게 내가 전적으로 손주들을 돌본 적은 없다.
은퇴를 하고 다니는 파트타임 직장이지만 그래도 이 직장이
나의 생활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고 무척 일하는 것을 즐겼는데.
딸은 모든 게 다 안정될 때 까지는 직장에 Excuse를 하라고 한다.
나이가 있으니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위험하다고 계속 주장을 한다.
며칠을 생각하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딸한테 이번 여름방학에는 내가 애들을 돌 봐주겠다고 했다.
직장에 이번 여름 8월까지는 집안에 일이 있어서 나가지 못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한 것을
왜 진작 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이 많은 나이에 욕심이 있는지?
고요한 호수.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법정스님
The musicians of the Milwaukee Symphony Orchestra perform Variations on an Original Theme Enigma, Op. 36 - Variation IX (Adagio) “Nimrod” by Edward Elgar, from our homes to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