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유튜브에 그랜마 채널이 있어요."
엄마 유튜브에 그랜마 채널이 있어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손주들이 우리 집에서 한 밤을 자고 갔다.
여기 이집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거리도 조금 멀고 또 나이가 어려서
한 밤을 자고 가려면 딸이 함께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이제는 둘째인 손녀 메디가 5살이 넘었고 또 우리 집이 딸네 집에서 10분 안의 거리에 있어서
엄마 없이도 둘이 한 밤을 자고 간다.
우리 집이 별 다른 것도 없는데 소풍이나 온 것처럼 즐겁고
매번 올 때마다 신기한 것처럼 느끼고
두리번두리번 하면서 새로운 무엇이 있나 살펴본다.
지난번에 와서도 “할머니 뭐 새로운 것 있어?”하고 물어
“그래 오늘 새로운 것 보여줄 게.”하고 침실에 있는 컴퓨터로 갔다.
“오늘은 내가 만든 너의 사진 슬라이드를 보여줄게.”하고 컴퓨터를 키고
유튜브로 들어가 지난주에 만든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와 재미있다고 하더니 “할머니도 유튜브에 채널이 있어?”하고
둘 다 눈이 동그래진다.
유튜브에 그랜마 채널?
그렇구나, 나도 유튜브에 나의 채널이 있네.
나는 오래전부터 유튜브에 나의 사진을 가지고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일 년을 마감하는 12월에 주로 한 4-5개 동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가끔 내가 만든 동영상을 카페에 사진을 올리면서 배경음악 대신 올린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유튜브에 내가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유튜브가 있어서 편리하구나 생각만 했지.
사진을 찍기 전에는 나는 아름다운 그림을 구굴에서 다운을 해서
슬라이드를 만들어 DVD로 만들어 TV로 볼 수 있는 작업을 종종 했다.
그리고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DVD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자주하고 나니 그렇게 자주 듣게 되지 않던 뉴에이지 음악도
차츰 친근하게 되었다.
남편은 가만있지 못하는 부잡스러운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고
조금 핀잔도 주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DVD를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남편이었다.
그리고 그 후 유튜브라는 아주 편리한 사이트가 생겼고 또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을 해서 더 이상 DVD는 만들지 않았다.
나의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만 했다.
나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새 TV를 샀다.
55인치되는 꽤 질이 좋은 TV를 사서 보니
옛날 것보다 얼마나 맑은지 TV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겨울 날씨로 보타닉가든도 가지 못하고 주로 집에서만
지내니 시간의 여유가 많아 다시 한 번 DVD를 만들어 보자하고 시작을 했다.
옛날 같지가 않아 오래 걸려서 아주 짧은 DVD를 만들어 DVD player에
넣으니 이런 종류의 DVD는 play할 수 없다고 나왔다.
그래서 DVD player를 사러 전자제품을 파는 곳에 가니 작은 DVD player가 70불
밖에 하지 않았다.
DVD, MP3, CD 그리고 Blue ray까지 play할 수 있다.
집에 와서 내가 만든 DVD를 넣어서 TV화면으로 보니 멋있다.
이 사진들 내가 찍은 게 맞아? 할 정도로 선명하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하는 작업이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하나 맞으면 또 하나가 틀리고 DVD를 만들어 TV로 보면 실수한 게 나와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데 거의 6-7개를 소비한다.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는 망친 DVD가 수북하게 쌓였다.
그래도 끈질긴 노력 끝에 마음에 드는 거의 한 시간 하는 DVD하나를 만들었다.
거의 일주일을 씨름한 결과다.
요즘 젊은 애들에게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업인데.
이 DVD에 들어 있는 동영상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Fog..Fog.. Reflection”이다.
보타닉가든의 안개가 낀 날에 찍은 사진들과 보타닉가든의 호수에 비친
물의 반영 사진들이다.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Arvo Pärt- Spiegel im Spiegel”은 내가 오래 전부터
무척 즐겨듣고 좋아하는 음악이다.
에스토니아 출생인 올해 85세인 Arvo Pärt의 Spiegel im Spiegel 음악 중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part이다.
Spiegel im Spiegel : Mirror in the mirror란 뜻이다.
단순히 반복하는 첼로와 피아노 소리에 사진들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DVD를 만들기 위해 이 동영상을 한 30번은 본 것 같다.
이 DVD말고 아주 짧은 DVD하나를 더 만들었다.
손주 챨리와 메디의 보타닉가든 방문에 찍은 사진을 가지고 만든 것
그리고 지난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다음번에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날에 나의 근사한 TV에 이 DVD를 보여줘야지.
이번에는 딸한테 무엇이라고 얘기를 할지 기대가 된다.
아마 “그랜마가 영화도 만든다고.”??
참 좋은 세상에 사는 것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젊은 애들을 흉내를 낼 수 있으니.
2021년 2월을 맞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