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버릇이 여든 살 까지 간다?
한 살 버릇이 여든 살 까지 간다?
지난 주 반 고흐전 특별 전시를 갔을 때에 손녀가 갑자기
“할머니 새집으로 이사 온 게 얼마나 되지?”하고 물어서
더듬어 보니 벌써 8달이 다 되어간다.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이 빠르게도 지나간다.
돌아서면 일 년이 훅 지나가니.
옛날 살던 집은 나를 봄부터 가을까지 분주하게 만드는
꽤 큰 꽃밭이 있었다.
새로 이사온 집은 손바닥보다 작은 꽃밭이 집 앞에 있다.
작년에 심은 튜립과 무스카리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뒤뜰에는 꽃을 심을 데가 없는 대신
나무로 만든 Deck이 있다.
거실에서 Deck으로 나가는 커다란 문이 있다.
돈을 더 들여서 다른 집보다 조금 더 크게 Deck을 만들었다.
뒤뜰의 꽃밭대신 Deck에 화분도 놓고 자그마한 의자와 테이블을
놓아 장식을 하자하고 자그마한 patio furniture를 주문을 했다.
Deck에 놓을 화분들은 될 수 있는 데로 가벼운 것을 사야지 하고
화분을 보러 다니니 예쁜 화분들은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옛날에 하던 데로 Resale shop에 가보자 생각을 했다.
매 주 시간이 나면 우리 동네에 있는 Resale shop에 가는 게 나의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모은 화분들이 꽤 되었다.
내가 이렇게 Resale shop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한 20년 전인 것 같다.
오래된 가구도 사서 몇 달에 걸쳐서 새로 만들고
집에서 쓰는 화병도 그곳에서 산 게 많다.
이 집에 이사를 오면서 많은 가구를 가져오지 못하고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왔다.
이제 다 정리를 하고 나니 너무 집이 빈 것 같고 또 화분을 놓을 탁자도 없어서
다시 Resale shop에 가서 자그마한 테이블도 사고 자꾸 사 들인다.
이렇게 헌 것을 모으는 버릇이 20년 전이 아닌 아마 초등학교 시절부터인 것 같다.
안동에서 살 때에도 나는 뭐 쓸 만한 게 눈에 보이면 집에 가지고 왔다.
어머니가 “너는 넝마주이 아내가 되면 딱 이다.” 할 정도로 주워 온 것 같다.
왜 멀쩡한데 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것도 모전여전이 되는지?
아니면 내가 한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딸도 Resale shop에 잘 다닌다.
그런데 나는 아주 싼 것, 자그마한 것만 사오는데 딸의 스케일은 나보다 크다.
한번은 현관에 놓을 테이블을 산다고 다니더니 엄청 커다란 멋있는
furniture를 사다 놓았다.
가끔 딸이 노는 날에는 둘이서 한 시간 운전을 해서 가는 아주 큰
old furniture Resale shop에도 간 적도 있다.
너무 가격도 높고 또 가구들이 커서 그냥 구경만 하고
꽃을 말려서 파는 코너에서 Dry flower 몇 개만 사가지고 왔다.
우리 집 근처에는 3-4군데 Resale shop이 있다.
일주일에 2-3번 가서 구경하는 게 요즘 나의 일과이다.
그렇다고 매번 사오는 것은 아니다.
집이 좁으니 사오고 싶어도 그냥 보고만 온다.
오늘도 오후에도 한번 들러보고 와야지.
어느 멋있는 자그마한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내가 여든이 되어도 이런 버릇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2021년 4월에.
백 건우 : 트로이메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