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poppy 2022. 6. 11. 23:44

 

 

무늬 병꽃

 

 

 

“건망”

 

 

주중의 분주함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넣고

밖의 베란다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카운터 테너(Counter tenor)의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방은 고요하고 음악 소리만 퍼져 나가는 아침..

이 카운터 테너의 이름이 입가를 맴돌고 나오지 않는다

요즘 부쩍 이름들이 입가를 맴돌고 나오지 않아 조금 걱정도 되지만

그냥 나이가 들어가는 거라고 핑계를 된다.

그런데 이 카운터 테너는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1으로 좋아하는 성악가인데..

 

 

얼마 전에는 내 생전에 처음으로 전기밥통을 샀다.

멀쩡한 작은 냄비를 2번이나 태우고 산 것이다.

매일 밥을 해 먹는 것도 아니고 2식구이니 별로 전기밥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밥을 하고 나면 생기는 누룽지를 끓여 먹는 것도 즐겨서.

 

 

요즘은 옆에 사는 친구와 얘기를 하면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스무고개를 하는 게 점점 늘어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나 차 안에서 미친 할머니처럼 혼자 웃고 만다.

 

 

어제는 손녀가 일 년에 두 번하는 발레공연이 있는 날이라 손녀가 좋아하는

보랏빛이 도는 분홍 장미와 보라색 안개꽃으로 만든 작운 부케를 들고 갔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냥 들러리를 하는 역할이 주워졌다.

한 5-6분 정도 예쁜 옷을 입고 사뿐사뿐 걷는 게 전부다.

이 5-6분을 위해 3일에 걸쳐서 4시간의 리허설에 참석을 했다.

군말 하지 않고 하는 손녀가 기특하다.

리허설에 내가 주로 데려다 주었다.

나의 수첩에는 요즘 그런 자잘한 것으로 가득 찼다.

혹시 잊어먹으면 큰일이라 줄을 치고 빨간 글씨로 쓰고.

 

 

내가 꽃 사진을 올리는 카페에서는 나의 별명 “불루파피”와 또 하나의 별명이 있다

“꽃 박사” 라는 너무나 과분한 별명이다.

요즘은 보타닉가든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려면 꽃 이름이 입가를 맴돌고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요즘은 바빠서 사진을 카페에 올린 지가 아주 오래되었다.

 

 

이제야 흘러나오는 카운터 테너의 이름이 생각이 났다

“안드레아 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악가..

 

“이렇게 잊으면서 천천히 즐기면서 살면 되지.‘

너무 많은 기억력도 필요하지 않은 나이니“

2022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