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5. 10:24ㆍ나의 이야기/나의글
봄을 기다리면서.
이제 2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며칠 있으면 3월이 온다.
내가 일 년 중에 제일 힘든 달이 2월이다.
1월은 한 겨울이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는데
2월이 오면 갑자기 마음에 바람이 분다.
오래 전에는 2월이 시작하면 추운 겨울의 일상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고
추운 시카고를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사에 전화를 해서 티켓을 예약을 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 짐을 챙기고 어린 딸을 데리고
일주일 정도 어머니가 사시는 켈리포니아를 다녀왔다.
남편을 힘들게 했던 이런 갑작스러운 행동이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사라졌다.
집에 있는 게 제일 좋고 어디 가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과 거의 40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어디가는 게 귀찮고 집에서 있는 게 제일 좋아
2월이 와도 옛날처럼 힘들지는 않다.
그래도 이월이 오면 어딘가 훌쩍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은 가끔 생긴다.
이런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몇 년 전부터 보타닉가든에서는
2월 중순이 되면 커다란 Orchid(란)전시가 열린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2월 13일에 올키드 전시가 열렸다.
밖은 눈이 아직 쌓여있고 호수는 꽁꽁 얼었지만
이 올키드 전시가 있는 안은 한 여름이다.
매년 조금 다른 배열의 전시가 열리는데
올해는 웅장하지는 않아도 아주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올키드 전시가 열렸다.
오랜만에 날씨가 포근해서 많은 방문객이 전시회에 왔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 틈에 어울려서
전시된 많은 올키드를 감상하고 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두시간을 얼마나 즐겼던지
집에 오니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데도 힘이 들었다.
이제 2월도 다 가고 3월이니 한 달만 있으면 봄꽃들이
보타닉가든에 여기저기서 시작을 하겠지.
봄을 맞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화사한 올키드 전시에 화사한 봄 아가씨들..
올해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반다 올키드(Vanda Orchids)의 전시가 많아 무척 좋았다.
Miltonia Orchids
절벽에 핀 꽃 같은 올키드
화려한 주머니 난
나비 같은 호접란 : Phalaenopsis
환상족인 불루 호접난
Evanthia Reboutsika ~ Aroma Vanilias
꽃샘바람 / 이해인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체하던
어느 옛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함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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