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창한 봄날에 떠나다니....

2017. 4. 18. 07:47나의 이야기/나의글

 

 

 

 

 

 

 

 

 

 

 

 

 

 

 

 

 

 

 

 

 

 

 

 

 

 

 

이 화창한 봄날에 떠나다니....

 

 

지난 목요일 오후에 핸드폰을 체크 하니 오전에 뉴욕에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나왔다.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서 메시지를 남길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금요일 아침에 다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딸 식구들이 들른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미쳐 전화를 받지 못하니 끊어지고 다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뉴욕의 친구한테서 온 전화다.

전화를 받으니 친구가 피터아빠가 하늘나라로 갔어.”

친구의 말이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귀가 멍멍 해 지는 게

말을 하려는데 목부터 잠긴다.

나는 자꾸 어쩌지?” “어쩌지?”만 연거푸 입에서 나왔다.

 

 

 

 

 

친구와 나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

친구는 간호학과를 다녔고 나는 의대를 다녔는데

예과 일학년 때 공동으로 하는 동물학 실습에서 처음 만났다.

개구리를 가지고 실습을 하면서 개구리를 그리는 작업을 하는데

내가 그린 개구리는 너무 조잡스럽고 못 생겼는데 친구가 그린 개구리는

얼마나 멋지고 잘 생겼는지 내가 감탄을 하면서 너는 간호학 대신

미술을 전공을 했으면 더 좋을 번했다고 농담을 했더니

그러지 않아도 미대를 봤는데 떨어졌다고 했다.

재수를 하면서 가정 형편상 돈이 많이 드는 미대를 포기하고 간호학과를 택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나서 그때부터 같은 과는 아니나 무척 친하게 지냈고

대학을 끝내고 미국에 오기 전에 같이 여행도 다녔다.

그 후에 내가 먼저 미국을 오게 되었고 친구가 일 년 후에 미국을 왔다.

우리는 뉴욕의 근교에 있는 아파트에 룸메이트가 되었다.

 

 

 

 

 

친구는 2년 후에 Mr. 손을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해서 뉴욕에서 살고

나는 뉴욕에서 3년의 수련을 마치고 미시건 주 앤아버로 떠났다.

뉴욕을 떠날 쯤에 남편을 만나 미시건주로 떠나기 전에

조촐한 약혼식을 뉴욕에서 했다.

약혼식에 친구가 남편과 함께 참석을 했다.

나는 기억에 없는데 남편이 Mr. 손이 축가를 불러 주었다고 한다.

거창한 가곡이 아닌 그 때 한참 유행하던 유행가였다고 한다.

 

 

 

 

 

친구는 아들 둘을 가졌고 나는 딸만 하나다.

큰 아들이 태어난 후에 친구 남편의 호칭이 Mr. 손에서 피터 아빠로 바뀌었다.

이렇게 우리 두 부부는 친구가 되어 우리 집에도 두 번 놀러오고

또 딸, 쌘디 결혼식에도 참석을 했고 친구는 결혼식 후에 하는

Tea Ceremony에 신부를 도와주는 “helper: lucky woman”을 해 줬다.

 

 

 

 

 

피터 아빠는 자그마한 체구에 아주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다.

생활력도 아주 강해서 사업을 해서 뉴욕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인데

참 소박하고 겸손해서 까다로운 남편도 무척 피터 아빠를 좋아했다.

그런데 피터 아빠는 십년 전부터 천식이 생겨서 겨울이면 많이 고생을 했다.

그래도 별 불편 없이 여행도 다니고 일 년 전까지 사업을 했고

작년에야 비로소 사업을 아들한테 넘기고 은퇴생활을 즐겼다.

 

 

 

 

 

작년에 칠순잔치도 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친구한테 전화를 하면 피터 아빠가 전화를 받아 샌디 엄마가 아닌

친구가 나를 부르는 것처럼 “xx씨 안녕하시죠?

요즘 봄이니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시겠네요.

사진 찍은 것 꼭 메일로 보내주세요.”할 것만 같다.

 

내가 찍은 사진으로 DVD를 만들어 보내면 일하는 사람들한테

보여주시면서 홍보를 해 주시고 앞으로 더 많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던

자상한 분인 피터 아빠.

 

 

 

친구야 너 말 데로 다시 만나는 날까지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면서

멀리 시카고에서 피터 아빠의 명복을 빈다.

 

2017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