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도 아름답다.

2017. 5. 16. 22:21나의 이야기/나의글
























지는 꽃도 아름답다.

 

매년 보타닉가든에는 흔히 볼 수 없는 황금색의 철쭉꽃이

커다란 화분에 심어져 나온다.

황금색 철쭉은 할아버지 정원에 철쭉이 피는 때면 등장을 한다.

할아버지 정원은 자그마하고 아주 로맨틱한 정원이다.

본래 이름은 Buehler Enabling Garden으로 커다란 화분과 나지막한 꽃밭에

꽃들을 심어서 꽃들을 만져 보고 향기도 맡을 수가 있다.

이 정원을 매일 관리하시는 분이 나이가 많은 멕시코 분이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이 정원을 할아버지 정원이라고 부른다.


 

이 정원에 매년 등장하던 황금 철쭉이 때가 되었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실망을 하고 그래도 매번 보타닉가든에 가면 황금색 철쭉이

나왔는지 확인을 했다.


 

2 주 전에 주중에 시간이 있어서 오후에 혼자 보타닉가든을 방문했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조금 어둑어둑한 야생 꽃이 피는 언덕을

한 바퀴 돌고 실내 전시복도에는 어떤 꽃들이 전시되었나 하고

층계를 올라가는데 커다란 화분에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찾던

황금 철쭉이 있는 게 아닌가?

너무 반가워서 가까이 가니 활짝 피었다가 지고 있었다.

꽃들이 떨어지려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며칠만 늦게 왔어도 다 땅에 떨어지고 몇 개 남지 않았을 것 같았다.

 

긴 암술에 걸려서 바람에 한들거리는 철쭉은 처음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색의 철쭉

얼마나 멋있는지 한참을 정신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집에 와서 컴퓨터에 다운을 하니 얼마나 서두르면서 찍었던지 반은 흔들렸다.

보고 또 보아도 참 멋있는 황금색 철쭉이다.

지고 있는 꽃이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지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덜 서러울 것 같다.

 


 


A Shimmer of Leaves - Bernward Koch





지는 꽃도 아름답다 詩 이민숙 초록 웃옷 걸치고 분홍치마 나풀대는 꽃잎 화려한 꽃술이 슬쩍 보인다 묵인하듯 돌아 나오는 바람 뒤켠에 꽃잎이 진다 따뜻했던 지난날 아름다움 물컹하게 저물어도 꽃은 꽃으로 피었기에 아름다웠노라고 바람을 타이른다 꽃은 피느냐 힘이들고 꽃은 지느냐 아프고 꽃은 꽃일 때가 행복하다면 지는 꽃도 아름다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