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은 용기에 담긴 물과 같다.

2021. 8. 14. 22:09나의 이야기/나의글

 

 

 

 

 

 

 

 

 

 

 

 

 

 

 

 

여자의 일생은 용기에 담긴 물과 같다. 

 

 

3년 전 가을에 30여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나의 친정은 내가 여기 미국에 온 후에 얼마 있다가 모두 이민을 왔고

또 어머니, 아버지가 다 이북분들이라 한국에는 나의 친척이 별로 없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한국 방문을 딸이 결혼을 한 후에

딸한테 나의 고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방문을 한 것이다.

한국 방문에서 일주일을 관광을 했고 남은 날들은 옛날 친구를 만나는데 썼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4명이 있다.

그중 둘은 여기 미국에서 몇 번 만났고 둘은 30여년 만에 처음 보는 거였다.

모두 대학에서 전공한 과가 다르다.미술, 화학, 가사, 사회사업, 그리고 의대를 나왔다.

대학을 들어간 후에도 얼마 동안은 한 달에 한번쯤 만났다.

내가 미국으로 떠난 후에도 남은 4친구는 가끔 만났다고 한다. 

 

가정학과를 나온 친구는 부유한 집안의 막둥이로 어려운 것

하나 모르고 자랐고 부모님이 서울 분들이다.

클럽에서 같이 활동을 해서 대학을 들어간 후에 더 친해졌고

미국 오기 전까지 여행도 같이 다녔다.

이 친구는 결혼 생활이 아주 순탄하지는 않아 결혼 후에는

다른 친구들 하고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한다.

남편은 치과의사로 경상도분이다.

결혼 후에 성격이 맞지 않았고 또 너무 힘든 시집살이로 많이 힘이 들었다고 한다.

옛날의 모습과 풍기는 맛은 다 사라지고 말씨까지 경상도로 변했다.

그래도 얘기를 하다 보니 옛날의 그 모습이 어렴풋이 웃음 뒤에 숨어 있다.

 

 

화학과를 졸업한 친구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다.성격이 아주 씩씩하고 남자 같았다.

집도 부유했는데 고등학교 때에 가정 방문이 싫어서

자기 집 약도를 너무나 엉터리로 그려 놓아 우리 집 방문을 마친 선생님과

그 친구의 집을 찾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를 했을 정도로 막무가내의 성격이다.

졸업 후에 30여년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은퇴를 해서 남편과 조용히 지내고 있다.

이 친구는 성격이 센편이라 시집살이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매해 가을에 시어머님이 시골에서 바리바리 싸다가 며느리한테

가져다주시는데 하루도 며느리네 집에 계시지 못하고 그날로 시골에 내려가셨다고 한다. 

 

사회사업과를 졸업한 친구는 여기 연수차 오래전에 미국을 다녀가서 보았고

또 며느리를 얻은 후에 며느리가 친구의 환갑 여행을 보내주어 몇 년 전에

시카고에 남편과 함께 들러 우리 집에서 이틀을 지내고 갔다.

이 친구는 남편이 건축과를 나왔는데 남편이 결혼 후에 얼마간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시어머님이 가지고 있는 작은건물을 관리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가 밖에서 일을 하고 남편은 집안을 돌보는 우리 세대에서는

조금 보기 드문 그런 부부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를 키우고 또 시집살이까지 해야 하는

본인의 의지와는 다른 쑤퍼우먼이 되고 말았다. 

 

 

미대를 나온 친구는 넷 중에서 나와 가장 친분이 두텁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 이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때에 우리 집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무척 고통을 받았다.

이 친구의 아버지는 건축 사업을 하셔서 집에 가보면 사는 게

우리 집과는 너무 차이가 많았고 모든 게 풍요로웠다.

그런데 대학을 들어가서 얼마 있다가 아버지가 하시는

회사에 부도가 났고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는 불행이 닥쳤다.

그래서 미대졸업을 하면서 사귀던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남편의 집은 시어머님이 학교 선생님으로 일을 하셔서

4남매를 다 키우셨고 시아버지는 출신은 좋으셨는데 거의일생을 무직자로 지내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 생활이 어려웠고 결혼 할 형편이 아니었는데

친구의 사정이 그렇게 되어 결혼을 해서 아주 작은 집에

시부모님과 시동생 그리고 아래 시누이를 데리고 같이 살았다.

남편이 장손이라 시집살이를 자그마치 30년을 했다.

이제는 우리 친구들 중에서 경제적으로는 가장 풍요하게 살고 있다. 

 

30여년 만에 만난 친구들... 참 많이 변했다.

꿈 많던 시절의 모습은 다 사라지고 이제 반백이 된 얼굴들.

그래도 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옛날 모습들이 언듯언듯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모두들 용기에 담긴 물처럼 동그랗게, 네모나게, 세모나게, 길찍하게,짧게.. 변해져 있었다. 

그래도 모두들 건강한 모습이라 마음이 좋았다.

 

 

"언제 우리 다섯이 함께 여행을 하자"고 약속을 한 게 벌써 거의 4년이 되었다.

 

2011년에...

 

 

 

*****Drdla는 베토벤,슈베르트, 브람스 모짜르트등이,

잠들어 있는 빈의
중앙묘지를 자주 찾아가,

영원한 음악의 스승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곤 하였는데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멜로디가 바로 이 곡이다.

Drdla는 그 선율을 놓칠세라 떨어져있는
낙엽을 주워 오선을 그리고

주제를 적어서 이 곡이 탄생(1906)했으며

혹자는 슈베르트의 묘지앞을
지나던 전차속에서
악상이 떠올라 멜로디를 전차표에 적었다라고도 한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곡은 Drdla 의 이름을,
후세에 남겨주는 대표작이 되었다*****

Drdla / Souvenir(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