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우리 집 꽃밭

2021. 4. 28. 00:31나의 이야기/나의글

 

 

 

 

손바닥만한 나의 꽃밭


 

 

 


손바닥만 한 우리 집 꽃밭

 

 

 

이집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8개월이 넘었다.

봄이라고 이 작은 꽃밭에 튜립과 무스카리가 한창 피고 있다.

작년 가을에 심은 것이다.

꽃밭이 작아서 튜립과 무스카리를 심으니 집 앞의 꽃밭이 꽉차버렸다.

그래도 욕심 많은 나는 릴리도 몇 개 더 심고 또 아이리스, 양귀비 두 개를 더 심으니

더 심을 틈이 나지 않았다.

12가구가 사는 이 단지에는 나만 이렇게 열심히 지난 가을에 구근을 심었다.

 

 

손바닥만 한 꽃밭을 보니 나의 어렸을 때가 생각이 난다.

시골 안동에서 서울로 이사를 오니 동네 계집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한다고

옹기종기 모여서 풀을 뜯어서 벽돌을 곱게 갈아 고춧가루라고

김치를 만들고 모래를 가지고 밥이라고 하면서 노는 게 너무 눈에 설어서

그 후에 나는 한 번도 계집아이들이 하는 소꿉장난을 해 본 적이 없다.

안동에서의 소꿉장난은 이런 게 아니고 집에서 쌀을 가지고 나와서

진짜 밥도 만들고 나물을 뜯어서 진짜 반찬도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 우리가족은 서울의 변두리인 왕십리로 이사를 했다.

 왕십리는 여자애들은 별로 없고 남자 애들이 많아 나는 주로  사내애들과 놀았다.

자치기도 하고 잠자리를 잡으러 다녔고 옆에 있는 사범학교 교정에 가서는

치마를 입고도 철봉을 했으니 계집아이가 아닌 선 머슴아이가 되었다.

 

 

 

 

 

 

새로 이사를 온 집의 뒤에는 거실에서 나가는 나무로 만든 테라스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테라스에 주로 바비큐그릴과 앉을 수 있는

patio furniture(테라스에 두는 가구)를 놓는다.

그런데 나는 별로 바비큐도 해 먹지 않을 거라 숯으로 하는 아주 작은 바비큐 그릴과

의자 둘에 테이블이 있는 작은 patio furniture를 주문해서 조립을 했다.

그리고 화분을 여러 개 사서 꽃밭대신 꽃밭 테라스를 만들려고 한다.

이웃들이 보면 저 동양여자는 소꿉장난을 하나보다 할 것 같다.

 

요즘 하는 일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꽃모종을 파는 화원에 가는 일이다.

아직 시기가 조금 이른 것 같아서 보기만 하지만그래도 섭섭해서 한두 개 모종을 사온다.

커다란 화분만 대형마트에서 사오고 작은 화분들은 resale shop(중고품 판매점)에서 사온다.

 

어려서도 하지 않던 소꿉장난을 나이가 70이 넘어 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래도 이 소꿉장난이 무척 재미있다.

 

2021년 4월을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