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봄, 여름 , 가을, 겨울 그리고 생각나는 음악..

2014. 11. 15. 12:49나의 이야기/나의글

 

 

 

 

 

 

 

 

 

 

봄.. 

사과 꽃이 만발한  벤치에 앉아 있으면

사춘기의 여학생 시절에 많이 듣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가 생각이 난다.

오렌지 향기는 아니라도 은은한 애기 사과꽃 향기도 중년이 훨씬 지난 나를 취하게 만든다.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라벤다향이 가득한 벤치에 앉으면 나는 joshua bell의"Ladies in lavender"

오래 전에 이 사진을 Flickr에 올렸더니

이 꽃의 이름을 문의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때에는 꽃의 이름에 문외한인 나

이름을 몰라 comment에 일주일만 기다리라고 쓰고

주말에 보타닉가든에서 이름을 찾아와 알려준 기억이 있다.

이제는 보타닉가든에 핀 대부분의 꽃의 이름을 나는 알고 있다.

 

여름..

꽃 중의 여왕 장미꽃은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핀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에 방문하는 보타닉가든

방문할 때마다 나는 꼭 장미화원을 들른다.

아마 내가 제일 많이 가는 화원이 아닌가한다.

비가 온 다음 날, 해가 쨍쨍 나는 날, 흐린 날 장미의 모습은 다 다르다.

장미화원에는 벤치가 6-7개가 있다.

6-7개의 벤치 중에 나는 이렇게 미니장미로 둘러싸인 벤치

그리고 가을에 작은 하얀 꽃 아리슘을 배경으로 피는 이 화려한

장미가 있는 벤치를 제일 좋아한다.

장미하면 생각나는 음악이 많지만

나는 이 음악,Ernesto Cortazar - Between Thorns & Roses이

많이 생각이 난다.

Ernesto Cortazar - Between Thorns & Roses

 Lindembaum Alley라고 부르는 영국정원가든 옆에 있는 보도이다.

여름에는 이렇게 초록색 잎이 그늘을 마련하고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멋있는 나무, 보리수나무.

보리수나무 아래의 동그란 돌에 앉아 하늘을 보면

즐겨 부르던 슈벨트의 이 노래가 생각이 난다.

Vocal- Nana Mouskouri . Der Lindenbaum(linden tree)

The 5th song in Schubert's song cycle Op.89

 

가을..

 

가을벤치라고 다 쓸쓸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애기사과가 늘어진 벤치는 얼마나 로맨틱한가?

내가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쓰는 곡은 이 음악이다.

 
Bizet / Herbert von Karajan, 1958: Carmen, Suite No. 1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벤치


수국도 단풍이 들고.
점점 가을은 깊어간다.
윤영초씨의 시가 생각이 난다.

쓸쓸한 빈 벤치에 가을을 내려놓으면

국향(菊香)이 가을 냄새를 발하고

찻잔에 외로움을 넣어 마시면

덤으로 고독해지는 것은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누군가 올 것 같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심사

마음이 먼저 서성인다

한때는 당당하게 푸르렀던 나뭇잎

떨어질 줄 알면서 단풍 옷을 입게 되는

비밀 같은 순리에

우리의 영혼은 흔들리고 있다

허기진 가슴이 쏴 해질 때까지

가을을 밟고 걸으면

수런대는 그리움은 눈에 밟히고

쓸쓸한 빈 벤치에 가을을 내려놓으면

빈 가슴에 낙엽 지듯이 허전함이 쌓이고

왠지 가을은 그리운 사람이

눈앞에 서 있는 것 같은 환영(幻影)을 보게 된다

             

윤영초

겨울..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의 벤치를 보면 나는 

헨델의 라르고가 생각이 난다. 

Andreas Scholl부른.

Andreas Scholl - Ombra mai fu - Han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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