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6. 07:14ㆍ나의 이야기/나의글
아침 일찍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흐린 날에는 나의 자연공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잠시 들렸다.
흐린 날씨에 조금 쌀쌀하니 방문객들이 별로 없다.
별로 없는 게 아닌 걷는 사람은 나뿐이다.
비가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날씨다.
그로브 자연정원 안에는 작은 강이 있고
작은 강이 막혀서 생긴 습지가 있다.
한국의 늪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습지에 가니
물에 비친 나목들이 너무나 선명해서 물속에 나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손을 뻗어서 잡으면 금방 나의 손에 잡힐 것 같다.
물위의 드리운 나목을 바라보고 있는데 빗방울이 한 방울 떨어진다.
물위에 그려놓은 나목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물위의 고요를 흔드는 것은 억수비도 아닌 한 방울의 비다.
나의 고요한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도 이렇게 작은 것이 아닐까?
풍경의 소묘(素描) / 이만섭
한 하고 포근한 젖빛하늘
일광이 풍경을 흔연스레 비추는데
산이 강에 내려와 물을 베고 누워 있다
저렇듯 한가로운 날은 산도
물 곁에서 한 숨결 내리고 싶은 것일까,
거대한 몸집은 필시
일순간에 첨벙 하고 들여놓았을 터인데
물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표정은 숨죽인 듯 명징하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올까,
물의 촉수들이 일제히 수런거리자
산이 재빠르게 물속을 빠져나간다
어느 쓸쓸한 저녁, 달이
강 가운데서 은밀히 노닐던 그 밤에도
물의 촉수들이 바람결에 수런거리자
달은 황급히 하늘로 돌아갔다
그때도 나는 깨달았다
고요는 풍경을 소묘하지만
중심을 잃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을,
Tony O'Connor - Whisp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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