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찻잔 사이..

2015. 6. 10. 13:24나의 이야기/나의글

 

 

비오는 날에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잿빛이다.

오랜만에 주말에 흐린 날씨를 맞이한다.

간단한 차림으로 카메라를 메고 보타닉가든에 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별로 방문객들이 많지 않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장미화원에 가니 넝쿨장미가 피기시작을 했다.

 

 

지난 주에 비가 오는 날 자연공원에서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 렌즈에 부착한 필터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도 몰라

랜즈필터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우산은 차에 놔두고 카메라 가방만 메고 다니기로 했다.

늘어진 장미를 몇 개 찍기 시작하는데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을 한다

얼마 있으니 비가 제법 세게 오고 바람도 불어서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간이식당 앞으로 뛰어갔다.

 

몇 명의 사람들이 비를 피하고 있었다.

비에 젖은 장미화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비에 적은 탁자와 의자들이 연녹색 그리고 분홍의 넝쿨장미가 있는

장미정원의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옛날로 돌아간다.

 

작은 타자 앞에는 커피 두 잔이 놓여있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잔잔히 흐르는 음악에

가끔 서로 보면서 미소를 보내고

비가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창밖에 비가 오는 풍경을 눈에 담고

 

별로 화려하지도 않은 작은 음악다방의 풍경이 떠오른다.

세월에 씻겨서 많이 색이 바랬지만 아직도 참 아름답다.

 

옆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나이 많은 부부의

말소리에 나는 보타니가든으로 돌아온다.

아직도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카메라와 삼발을 챙기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간다.

 

먼 훗날에 또 다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2015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