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오면......

2015. 10. 5. 05:23나의 이야기/나의글

 




 

 

 

 

 

 

 

 

 

 

 

 

 

 

 

 

 

내가 만든 이불 4채

 

 

 

 

 

10월이 오면.

 

10월이 되니 갑자기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다.

여기 시카고의 기후는 한국의 서울 기후와 참 비슷하다.

난 본래 새벽잠이 많지 않아 아침 5시면 깬다.

아침저녁으로 갑자기 쌀쌀해졌다.

아침 5시에 눈은 떴지만 나는 어제 새로 홑청을 갈은 이불을 턱까지 올리고

따뜻한 이불 안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매년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겨울에 덮을 이불을 만든다.

어제 아침 일찍 작년에 덮었던 이불을 꺼내서 이불홑청을 뜯어내고

이불을 햇볕에 말렸다.

그리고 이불홑청을 세탁기에 넣어 빨아서 말리고

말린 이불홑청에 풀을 메겨서 놔두었다가 다리미질을 해서

이불홑청을 다시 씌울 준비를 했다.

하루 종일 가을햇빛에 말린 깃털이불을 손바느질로 씌우는 일만 남았다.

 

 

이불 4개를 다 만들고 나니 오랜만에 하는 바느질이라

손마디가 새콤새콤 쑤시고 손끝이 아릿했다.

남편이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쉽게 이불을 씌우는 것을 사다가 그냥 빨아서 씌우라고 한다.

 

 

젊어서는 늦가을에는 몇 포기 안되는 김장을 만들었고

호박. 가지, 무청 그리고 무말랭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깻잎 부각, 김부각도 만들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지만 겨울 내내 덮을 이불은 만든다.

 

 

어머니도 늦은 가을이 되면 이렇게 겨울 이불을 만드셨다.

여름에 덮던 얇은 누비이불은 다 벽장 속으로 들어가고

풀을 빠빳하게 매긴 홑청을 씌운 두툼한 겨울 이불이 등장한다.

그 시절에는 다리미가 없어서 이불홑청을 손으로 빨아서

풀을 매기고 다리미질 대신에 홑청을 잡아당기고,

다듬이질을 해서 주름을 없애고 반듯하게 폈다.

다듬이질을 하시던 어머니의 손놀림은 얼마나 유연하셨던지

장단이 딱 들어맞는 악기의 소리 같았다.

 

 

새로 만든 이불에서 향긋하고 상큼한 가을 냄새가 났다.

싸늘한 가을아침에 새로 홑청을 씌운 이불을 덮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이불 속에서 뒹굴고 싶었다.

어머니는 가끔 소국을 말려서 베개 안에 넣기도 하셨는데

소국향이 나는 베개는 베고 자기가 아까워 이불 옆에다 두고 잤다.

 

 

나도 오래전에 꽃밭에 핀 소국을 말려서 작은 주머니에 넣어

베개에 넣었는데 아무도 베개에서 국화 향이 난다고 하지를 않았다.

나도 베개에 코를 데고 심호흡을 해 보았지만 국화 향은 별로 나지 않았다.

 

이불 홑청 하나에도 엄마와의 추억은 서려있다.

                                      2015년 가을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