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12. 10:30ㆍ나의 이야기/나의글
댕강나무꽃
히말라얀 인동꽃
바람이 숲에 깃들어
바람이 숲에 깃들어
새들의 깊은 잠 깨워놓듯이
그대 어이 산에 들어
온 몸으로 우는가
새들이 바람 그치면
다시 고요한 가지로 깃들 듯
그대 이젠 울지 마소
편안히 내 어깨에 기대소
바람이 숲에 깃들어
솔 향 가득 머금고 돌아가듯이
그대 산에 들어 푸르러지는가
구름이 산에 들어서
비를 뿌리고 가벼워지듯이
그대 근심 두고 가소
깃털처럼 가벼워지소
한보리 곡 / 허설 노래
'바람이 숲에 깃들어'
얼마 전에 접사 방에 미술관님이 아름다운 가을 사진과 함께 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실으셨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유튜브에서 다운을 해서 늦가을에 핀 맑고 조금은 쓸쓸하게 보이는
댕강나무와 히말라얀 인동꽃을 올리면서 이 음악을 배경으로 올렸다. 마음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 음악을 들으면서 쓸쓸한 가을에 마음을 시리게 하는 서글픈 한 장면이 떠올라 이렇게 올려본다. 내가 대학을 갓 들어갔을 때에 우리 집 옆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주 무뚝뚝하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새댁은 결혼을 한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애기가 들어서지 않아 한방치료도 받고 절에도 자주 다녔다.
그렇게 정성을 드렸더니 드디어 애기를 가졌다. 아주 잘 생긴 딸아이를 낳았다. 애기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랐고 남편도 더 다정하게 새댁을 대해주었다. 그런데 애기가 돌이 되어도 일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계속 들어 누워만 있고 잘 기어 다니지도 않았다. 그래서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을 받으니 소아마비를 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때, 1968년에는 소아마비 예방을 하는 백신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소아마비 백신을 하지 않았는지??
새댁은 애기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도 받고
검사를 받았으나 너무 늦어서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애기가 그렇게 되니 남편도 늦게 들어오고 새댁은 점점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고 예쁜 얼굴을 가진 애기는 무럭무럭 계속 크고. 친정어머니도 계시지 않았던지 우리 집에 애기를 데리고 와서 어머니 손을 붙들고 한없이 울다 가곤 했다. 그리고 가끔 애기를 데리고 절에도 다녀오곤 했다. 새댁의 잘못도 아닌데 남편은 새댁이 무슨 죄를 지은 것처럼 구박을 하고 매일 늦게 들어오거나 술이 취해서 들어온다고 했다. 얼마 후에 남편이 집을 나가고 새댁은 친척이 있는 시골집에 내려간다고 인사를 왔다.
애기를 데리고 돌아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하던지 세월이 거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나의 이야기 > 나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의 첫눈, 폭설을 맞이하면서.. (0) | 2015.11.23 |
---|---|
자그마한 행복... (0) | 2015.11.17 |
나의 곁을 떠나는 꽃. 만남의 설렘을 주는 꽃. (0) | 2015.11.03 |
10월을 보내면서.. (0) | 2015.11.01 |
Blue autumn/Claude Choe : 쓸쓸한 하루.. (0) | 2015.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