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날리던 날 호숫가에서..11월 20일 2016

2016. 11. 22. 13:54나의 이야기/나의글
























 














첫 눈이 날리는 날 호숫가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흐리더니 첫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단풍잎이 떨어지듯 바람을 타고 춤을 추면서 떨어진다.

낙엽처럼 쌓이지는 않고 떨어지자 말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시 한 번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가는구나 하고 느낀다.

봄을 기다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화사한 봄이 지나고

화려한 여름이 지나고 또 파란 하늘에 걸린 단풍들도

다 떨어지고 나목들이 첫 눈을 기다리는 겨울이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

 

떠나가는 가을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나는 카메라를

메고 보타닉가든으로 향한다.

보타닉가든 주차장도 텅 비어있다.

 

그동안 바빠서 가보지 못한 뒷길을 걸어본다.

길에는 드문드문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난주와는 다르게 모두 두툼한 옷에 장갑까지 끼고 있다.


장갑을 낀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장갑을 끼고 가라던

남편의 말을 들을 것을 하고 후회를 해 본다.

차가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서

마음에 드는 나무들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목아래에 있는 텅 빈 벤치가 겨울이 오고 있다고 말을 해 준다.

 

큰 호숫가에 가니 흐린 하늘에 이제는 파란 하늘도 군데군데 보인다.

가을의 파란 하늘을 안고 있던 호수가

이제는 차가운 겨울 하늘과 나목들을 안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호숫가의 나무 아래에는 아직도 가을에 피던

아네모네가 떨어진 낙엽사이로 피어있다.

이 귀한 꽃들을 짧은 광각 렌즈로 찍고 싶어서 나는 땅위에 무릎을 꿇어본다.

무릎을 꿇어도 가까이 다가가기가 힘이 들어서 나는 몸을 더 낮추어본다.

따뜻하던 낙엽의 온기는 사라지고 차가운 땅의 한기가 다가온다.


집을 나서기 전에 남편이 한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다고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적당히 찍고 오라고.”

사진을 찍다 보면 적당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편은 매번 같은 말을 한다.

 

한참을 꽃과 씨름을 하고 나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만 몸을 무리하면 감기가 슬그머니 들어온다,

지난 가을에는 손주들이 가져다 준 감기를 2-3번 앓았다.

겨울이 되기 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감기가 떠나지 않아 지난 주말에야

겨우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온실에 들려서 몸을 녹이고

온실의 화사한 꽃을 몇 개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주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2주 후에 보타니가든을 방문하면 가을은 다 지나가고

겨울이 들어와 있겠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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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essay방님들 즐거운 추수감사절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