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6. 03:57ㆍ나의 이야기/나의글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는 이런 음식이 안성맞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돼지머리 편육을 만들었다.
우리 친정에서는 겨울이면 가끔 상에 돼지머리 편육이 올라온다.
갓 담은 김장과 같이 먹는 돼지머리 편육은 돼지 수육과는 맛이 다르다.
맛 순례를 잘하는 필리핀 친구에게 돼지고기 중 제일 맛있는 부분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돼지의 뺨에 붙은 살이라고 한다.
돼지머리 편육에는 이 뺨살, 혀, 귀 등이 들어가서 그런지 특유한 맛이 난다.
어려서는 돼지머리 편육이 비위가 약한 나한테는 반가운 음식이 아니었다.
돼지머리 편육이 상에 올라오면 밥에 김을 싸 먹거나 김치에 밥만 먹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한참 동안 돼지머리 편육은 해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시카고는 정육점을 가도 돼지머리를 파는 곳은 없었다.
한국 식품점에 가니 커다란 머리를 냉동해서 팔았다.
오래 전에 냉동 돼지머리를 식품점에서 사다가
커다란 물통 같은 냄비에 넣어 돼지머리 편육을 만들었다.
너무 양이 많아서 반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필리핀 친구를 주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요즘도 가끔 돼지편육(Head cheese)얘기를 한다.
얼마 전에 우리 동네에 그리스 사람들이 하는 수퍼가 새로 생겼다.
과일과 정육이 질도 좋고 신선해서 거의 한 달에 두 번을 들르는 곳이다.
얼마 전에 가니 돼지머리를 반으로 나누어서 포장을 해 놓았는데
크기도 적당하고 아주 신선해서 돼지머리를 사서 편육을 만들었다.
남편이 오랜만에 먹으니 맛이 좋다고 해서 또 지난 주말에
한 팩을 사가지고 와서 편육을 만들었다.
일요일에는 일기예보에 올겨울에 처음으로 눈이 많이 내리겠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을 보고 들어왔다.
예상한 데로 눈이 점심때부터 내리기 시작을 했다.
함박눈이라 내리는 눈이 고스란히 나뭇가지와 잔디에 쌓인다.
5cm 정도 오겠다던 눈이 저녁까지 계속 내리니 거의 10cm넘게 내렸다.
아직 춥지 않은 날씨라 눈이 녹아 눈을 치우는데 천근만근이다.
눈을 치우고 저녁을 먹는데 상에 돼지편육을 내 놓았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꽤 맛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나니 한국에 있는 동창들이 카카오 톡을 보내와
낮에 찍은 설경과 돼지편육의 사진을 올렸더니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돼지편육에 김장김치가 딱 좋은 궁합이지.
미식가는 다르다고 한마디 씩 한다.
Carlos D'Alessio - Delicatessen
Delicatessen is a French 1991 post-apocalyptic black comedy film
directed by Jean-Pierre Jeunet and Marc Caro
'나의 이야기 > 나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행복한 팔불출.. (0) | 2016.12.25 |
---|---|
눈오는 날의 단상. (0) | 2016.12.12 |
첫 눈이 날리던 날 호숫가에서..11월 20일 2016 (0) | 2016.11.22 |
두 가지의 기적이 일어난 11월.. (0) | 2016.11.10 |
가을편지/"Attic에 넣어둔 못 부친 사진". (0) | 2016.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