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2. 05:22ㆍ나의 이야기/나의글
눈 오는 날의 단상
팥 찐빵
올겨울은 여기 시카고는 눈 풍년이 되려는지
12월이 반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폭설이 두 번이나 내렸다.
지난 주말에 내린 눈은 거의 녹았는데 다시 10센티가
넘는 눈이 내려 백설의 세상이 되었다.
첫 폭설이 내렸을 때에는 신이 나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폭설이 자주오니 눈 치울 것을 생각하면
사진을 찍을 기분이 나지 않는다.
어제 밤에 내린 눈은 벌서 치웠고 오늘 오는 눈을 기다리면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옛날에 먹던 팥이 든 팥 찐빵이 생각이 났다.
나는 유아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다.
몇 살이었는지는 모르나 나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한 장면이 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다란 찜통이 있는 공간에
나는 탁자에 앉아 있고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어머니
어머니가 찜통에서 동그란 것을 나의 탁자에 올려놓으면
나는 식기를 기다려
손가락으로 속을 꺼내서 입에 넣으면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 해서 어머니한테 물으니 나의 기억이 맞는다고 하셨다.
내가 세 살 때의 일이라고 하셨다.
나의 부모님은 고향이 이북이다.
서울에서 잠시 사시다가
육이오 동란으로 경상도 포항으로 피난을 갔다..
그 후에 안동으로 이사를 가서 내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안동에서 살았다.
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잠시 음식점을 하셨다고 한다.
찐빵과 칼국수를 해서 파는 식당이다.
나는 밀가루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찐빵은 좋아한다.
팥 찐빵도 좋아하고 야채와 고기를 넣은 찐빵도 참 좋아한다.
이스트로 발효한 찐빵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다.
따뜻한 물에 이스트와 설탕을 넣어 거품이 올라오면
밀가루에 우물처럼 동그랗게 우물을 파고 이스트 물을 부어 반죽을 해서
비닐 봉투에 반죽그릇을 싸서 옛날의 아랫목 대신 뜨거운 공기가
나오는 곳에 한 45분 놔두면 반죽이 그릇에 가득하게 올라온다.
팥 앙꼬를 넣은 작은 동그란 반죽을 스팀에 찌면
내가 좋아하는 앙꼬 빵이 만들어 진다.
집안은 빵 향기로 가득하고.
아침에 내린 커피 한잔에 팥 찐빵을 먹으면서 나는 먼 옛날로 돌아간다.
공작선인장
Dragon Fruit
지난주에 과일가게에서 선인장 열매인 "pitahaya" or "dragon fruit"를 하나 샀다.
조금 비싸기는 해도 열매의 모양이 너무 근사해서 가끔 하나를 사가지고 온다.
오늘 아침에 먹으려고 냉장고에서 꺼내서 접시에 담으니
너무 과일이 멋있어서 먹기가 아깝다.
그래서 먹기 전에 수반에 담아 사진을 찍었다.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퍼서 맛을 보니 모양에 비해서는 맛이 별로다.
저번에도 사서 먹었는데 맛이 별로라는 게 기억에 남아 있었지만
이 과일만 보면 너무 멋있게 생겨 모양에 반해 자꾸 사게 된다.
Dragon Fruit 선인장 꽃은 밤에만 주로 핀다.
모양은 공작선인장과 비슷하다.
하얀 속살을 가진 이 Dragon Fruit를 보니
어려서 먹던 눈이 생각이 난다.
첫 눈이 내리면 눈에 설탕을 쳐서 맛있게 먹던 눈.
지금 맛을 보니 꼭 Dragon Fruit맛이다.
게발선인장 꽃
우리 집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12월이면 어김없이 피는 꽃이 있다.
게발선인장 꽃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피는 선인장 꽃이라고 Christmas Cactus Flower라고 부른다.
늦은 봄에 화분을 뒷뜰에 그늘진 곳에 놔두었다가 서리가 내리기 전에
집안에 들여 놓으면 꽃망울이 나오기 시작을 한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때에 꽃이 피더니 점점 일찍 피기 시작을 하더니
이제는 추수감사절에 꽃을 피운다.
올해도 추수감사절에 나의 게발선인장 꽃이 만발했다.
지난 폭설이 내린 날에도 꽃이 몇 개 남았는데 오늘은 꽃이 다지고 없다.
게발선인장 꽃을 보고 있으면 꼭 하늘을 나는 새처럼 보인다.
고운 날개를 펼치면서
鳥花 (조화)
2016년 12월 둘째 주말에..
Comme au premier jour ( André Gagn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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