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017. 10. 16. 10:02나의 이야기/나의글















자화상.

 


나이가 드니 모든 게 여의치 않아 휴가다운 휴가도 가지 못하고

여기서 한 3-4시간 떨어진 위스콘신 주에 올라가 며칠을 지내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밀린 집안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컴퓨터 파일에 들어오니 그냥 놔두고 간 어수선한 사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들을 정리하려고 하나씩 보고 있는데 언제 찍었는지 생각이 잘나지 않은데

날짜를 보니 한 여름에 찍은 사진이었다.

작은 인공연못에 비친 청동으로 만든 커다란 새의 자화상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사진과 함께 다른 사진들을 모아 검은 배경이 있는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접사 방에 사진들을 올렸다.

  





사진을 올리고 파일에 흑백사진이라는 Folder에 들어가니 멋있는 흑백사진들로 가득했다.

Vivian Maier의 사진들이다,

휴가를 가기 전에 본 기록영화가 너무 인상에 남아

언제 카페에 소개를 해야지 하고 인터넷에서 다운을 해 둔 사진들이다.

기록영화의 제목은 “Finding Vivian Maier”이다.

 


Vivian Dorothy Maier(2/1/1926-4/1/2009)


미국 street photographer로 거의 40년을 주로 시카고 북쪽 교외에서

Nanny(애를 돌봐주는 사람)로 일을 했다.

그리고 여가 시간에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15만장의 사진을 찍었다.

Worldwide로 사진을 찍었지만 주로 시카고, 뉴욕의 사람들과 건물을 찍었다.

생전에는 그녀의 작품이 하나도 공개된 적이 없고 주로 현상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2007년에 시카고의 Collector(수집가)John Maloof가 일부를 획득했고

Ron SlatteryRandy RrowMaier의 프린트와 인화되지 않은 것의 일부를 발견했다,

 

Maier의 일생은 많은 게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았다.

뉴욕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프랑스 사람이고 아버지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유년기에 미국과 프랑스의 알프스지역의 작은 타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았다.

25살에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이사를 했고 Sweatshop(저임금 노동하는 곳)에서

일을 했고 1956년에 시카고 근교 부자 동네인 Northshore로 이사를 해서

거의 40년을 Live in Nanny(집에서 숙식하는 베이비시터)로 일을 했다.

그리고 틈틈이 Rolleiflex camera로 사진을 찍었다.

Vivian Maier가 처음 사용한 카메라는 코닥 카메라였다(Kodak Brownie Box camera).

 

1959-1960에 마닐라, 방콕, 상하이, 베이징, 인디아, 시리아, 이집트 그리고 이태리를 여행했다.

200811월에 시카고 북쪽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얼음에 넘어져

머리를 다쳐 널싱 홈에 있다가 2009421에 사망했다.

위키페디아에서




   2013MaloofCharlie Siskel“Finding Vivian Maier”기록 영화를 만들었다.




phillips glass the hours
Vivian Maier의 흑백 사진과 너무 잘 어울리는 Phillips Glass의 음악..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도 나이가 드니 돋보기를 쓰고 봐야하는

책보다는 인터넷이나 DVD를 많이 보게 된다.

DVD는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별로라 주로 기록 영화를 빌려다 보게 된다.

남편이 눈 수술을 받아서 한동안 DVD를 빌려다 보는 것이 뜸해졌다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남편의 시력이 조금씩 나아져서

다시 도서관에 가서 DVD를 빌려다 보기 시작했다.


남편은 기독교인은 아니나 Bible Story에 관심이 많아

주로 기독교 History관한 DVD를 빌려다 본다.

나는 주로 Art에 관한 DVD를 빌려다 본다.


Related image

“Girl with a one pearl earing” Johannes Vermeer


휴가를 가기 전에 빌려다 본 DVD 중에서 두 개가 참 인상 깊었다.

하나는 “Finding Vivian Maier”고 또 하나는 “Girl with a one pearl earing”을 그린

Johannes Vermeer의 그림의 테크닉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Tim’s Vermeer”다.


“Finding Vivian Maier” DVD표지는 아주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센 Vivian Maier

자화상이 차지하고 있다.


나는 음악이나 미술에는 소질이 없으나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또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1977년에 나의 대학 선배님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마른 체구에 첫인상은 조금은 날카로웠다.

그리고 전공과는 다르게 Art를 전공한 사람 같아보였다.

미국의 히피문명에 반해서 미국에 왔다고 했다.

히피문명을 좋아해서 아주 liberal(자유분방)한 사람으로 생각을 했는데

결혼해서 살아보니 Liberal이 아닌 아주 Conservative(보수적)한 사람이었다.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은 날카롭던 인상은 다 없어지고 반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눈 수술을 받기 전에는 내가 찍은 사진을 제일 먼저 보고 의견을 주고

칭찬과 격려를 주는 사람이었다.

"너의 사진은 시를 쓰는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겠고, 가져가서 쓰겠다."고

가끔 듣기 좋은 농담도 했다.

내가 요즘 다니는 미장원의 젊은 미용사가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냐?"고 물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놀라는 표정이다.

아마 너무 평범하게 생긴 할머니가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는지?

나의 자화상은 아주 평범한, 살림이나 하는 맏며느리 같지만

누구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멋있는 할미인데...


2017년 10월에..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서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서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윤 동주


친구가 오래 전에 보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