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을 보면서.

2017. 9. 11. 05:05나의 이야기/나의글














과꽃을 보면서.

 


여름에 과꽃 모종을 4개 사다가 심었더니

2 주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하얀색, 보라색 그리고 분홍색의 꽃이 풍성하지는 않아도

작은 꽃병에 꽂을 만큼 핀다.



과꽃은 국화과에 속하고 영명은 Chinese aster라고 부른다.

늦은 여름에 피기 시작하면서 가을 내내 피는 꽃이다.



이 꽃을 보면 30년도 훨씬 넘는 그 시절이 생각난다.

결혼을 하고 시카고로 이사를 와서 처음에는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

시카고 북쪽의 아파트에 살았다.

일 년을 아파트에 살고 시카고 북쪽에 있는 자그마한 일층 집으로 이사를 했다.

우리 집 옆에는 하와이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족이 살았고

한 집 건너서 Mrs.최가 살았다.



미국에 오기 전에 남편이 서독광부 취업으로 

서독에 있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고 했다..

Mrs.최는 나보다 한 7-8살 많은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나는 30을 금방 넘긴 나이였고 딸도 겨우 9개월이 되었다.

Mrs.최는 10살이 된 아들,Paul과 갓 태어난 Peter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Mrs. 최를 피터 엄마라고 불렀다.

조금 샘이 많고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웃에 한국분이 계시니 얼마나 의지가 되던지

별로 사교성이 없는 나도 금방 친해졌다.

그해 여름에 뒤뜰에 꽃을 심었다. 

채송화, 백일홍, 메리골드, 페튜니아등을 작은 꽃밭에 심었다.

그리고 차고 옆으로 과꽃을 심었다.

여름 꽃들이 한창 피고난 늦여름이 되니 과꽃이 피기 시작을 했다.

아주 풍성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꽤 많이 피었다.

피터 엄마가 우리 집 꽃밭을 보더니 꽃도 참 잘 키운다고...

자기 집은 꽃을 심을 빈터도 없고 그늘이 져서 상추나 심고

푸성귀나 심는다고 했다.

늦여름에 꽃들이 들어가는 때에 핀 과꽃이 참 아름답다고 했다.



얼마 있다가 피터엄마가 친구네 집을 방문하는데 빈손으로 가자니 그렇고 

샌디네 꽃 몇 개 꺾어가도 되냐고 물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백일홍과 과꽃을 몇 개 꺾어갔겠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저녁에 뒤뜰에 나가보니 백일홍은 그대로 있는데 과꽃들은 봉오리만 남기고 다 없어졌다.

집에 꽃을 꽂고 싶어도 아까워서 나도 꽃을 꺾지 않는데

이렇게 마구 잡이로 꺾어가다니..

뒷맛이 씁쓸했다.



딸의 돌이 10월 말이라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친구들을 초청했다.

돌상을 차린 음식을 갖가지 담아서 피터네도 한 접시를 보냈다.



그 다음 해에 피터가 돌이 되어 손님들을 초청한다고 해서

도와 줄 게 없는지 물으니 샌디 엄마가 만든 녹두 빈대떡이 참 맛있다고 해서

내가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 모든 재료를 보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그 다음날 물에 불린 녹두와 모든 재료를 보내왔다.

그런데 그 재료의 양이 어마어마 했다.

내가 평소 만들던 재료의 한 5-6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 많은 녹두전을 고명을 따로 얹어서 만들고 나니 녹두전에 질려서

나는 한참을 녹두전을 만들지 않았다.

녹두전을 한없이 부치는 나를 보고 

남편이 당최 그런 부탁은 들어주지 말라고 했다.



시카고 집에서 7-8년을 살고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왔다.

그 후에 피터엄마를 우연하게 만나 이사를 한 피터네 집에도 가서

한참을 얘기하다가 왔다.



몇 년 전에는 보타닉가든에서도 한번 마주쳤다.

큰 아들은 피터 엄마 소원대로 의대를 나와 정형외과 의사가 되었는데

40이 넘었는데 결혼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손주를 가진 나를 무척 부러워했다.



꽃병에 꽂은 과꽃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훨훨 날아서 나의 새댁시절로 돌아간다.

가끔가다  얄미웠던 피터엄마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눈에 어른거린다. 

극성스러운 피터 엄마와 함께 공원에 가서 봄나물을 뜯고,

데쳐서 냉동고에 하나 가득 채우던 일이 생각나서..

혼자서 피식 웃었다.


자연 회손죄로 벌금을 물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네...ㅎㅎ



2017년 구월에..











보타닉가든에 핀 또 다른 아스타(Stoke's aster)

지금 한창 피고있다.


박인희 - 그리운 사람끼리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