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2020. 10. 7. 10:31나의 이야기/나의글

 

 

 

 

 

누룽지

 

 

 

남은 누룽지로 꿇인...

 

 

 

 

누룽지

  

  

이제 이 새집으로 이사를 온지도 한 달 반이 되었다.

이제 정리도 거의 다 되고 나의 마음, 몸도 조금 익숙해져서

이제는 이 집이 나의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제는 내가 새집으로 이사 온 후에 첫 번째 방문객을 맞았다.

첫 번째 우리 집을 방문한 친구는 나의 의과대학 동창이다.

내가 그랜뷰에 살 때에 우리 집에서 10분도 되지 않은 거리에 사는 친구다.

 

이 친구와 나는 의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내내 같은 도시에

사는 보통 인연이 아닌 친구다.

뉴욕에서 수련을 받을 때에도 함께 뉴욕 시에서 살았고

내가 수련을 마치고 미시건 주 앤 아버(Ann Arbor)에서 펠로우 쉽을

받을 때에도 친구의 남편이 미시건 주에 있는 병원에 취직을 하게 되어

같은 타운은 아니나 같은 주에 살았다.

 

그 후에 필라델피아에서 수련을 마친 남편이 시카고로 취직이 되어

나는 일 년의 펠로우 쉽 만 끝내고 남편을 따라 시카고로 이사를 왔다.

친구도 시카고에 있는 대학 병원에서 소아과 수련을 받기위해 시카고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시카고에서 만났다.

 

그 후 우리는 시카고에서 살다가 다시 근교로 이사를 왔는데

친구도 시카고 근교로 이사를 왔다.

우리 집에서 운전을 해서 6-7분 되는 이웃 동네에서

둘 다 30여년을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김현태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누군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잡자리의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

.

 

이렇게 귀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친구는 딸이 같은 타운에 살았다.

사위가 다니던 회사가 보스턴으로 옮기는 바람에

지난봄에 보스턴으로 이사를 갔다.

피치버그에 살던 아들 식구도 보스턴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도 언젠가는 자식들이 사는 보스턴으로 이사를 가겠지.

나도 딸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으니.

 

친구가 온다고 해서 마땅하게 해 줄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아

김밥을 점심으로 먹어야지 생각을 하고 준비를 했다.

나는 남편이 김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김밥은 주로 한국 식품점에서사다가 먹는다.

음식도 오랜만에 하면 제 맛이 나지 않은지

내가 김밥을 만들면 별로 맛이 없다.

그래서 2 주전에 친구한테서 김밥 만드는 것을 다시 배웠다.

 

배운 것을 써먹기 위해 손주들한테도 시범을 보였고

오늘은 또 배운 것을 친구한테 대접하려고 한다.

나는 아직도 한국 집에 필수로 있는 전기밥솥이 없다.

아직도 밥은 냄비에 한다.

   

친구와 나는 가끔 근처의 순두부를 하는 식당에 간다. 

순두부집에 가면 돌솥에 밥이 나오고 누룽지가 꼭 나온다.

나는 그 누룽지를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데 친구는 귀한 누룽지라고 하면서

꼭 그 누룽지를 싸가지고 집에 간다.

 

그렇게 싸가지고 가던 친구가 생각이 나서 누룽지를 만들었다.

조금 노릇노릇하게 태우고 뚜껑을 닫아 두었다.

집에 갈 때 잊지 말고 누룽지를 들어내어 줘야지 하고.

 

친구와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몇 시간 머물다가 떠났다.

친구가 가져온 예쁜 장미도 폰으로 사진을 찍고 먹은 것을 정리하는데

밥을 한 냄비를 닦으려고 열어보니 노릇노릇하게 만든 누룽지가 그대로

냄비 바닥에 남아 있었다.

 

걷어낸 누룽지는 비닐 백에 넣고 남은 누룽지는 끓여서 먹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하던 일도 돌아서면 잊어 먹는 나이라

요즘은 하루 할 일을 작은 노트에 써 놓는다.

친구가 방문한다는 거로 들떠서 노트에 적어 놓는 것을 잊어먹었네.

 

친구야 조만간 한 번 더 우리 집을 방문해야 할 것 같구나.

다음에는 순두부를 끓여줄 것이다.

그러면 누룽지를 절데 잊어먹지 않을 테니.

    

 

 

친구야 백세인생인 요즘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백세까지 살자.

고맙다 옆에 있어서.

 

 

 

 

 

piano guys just the way you 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