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을 보내면서..

2014. 10. 29. 12:59나의 이야기/나의글

 

 

 

 

 

 

 

 

 

 

 

 

시월은 나에게 특별한 달이다.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의 생신이 있는 달이다.

돌아가시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사셔서 장지를 그곳으로 했다.

유품정리를 하면서 나는 멀리 살아서 대부분을 동생과 언니가

보관하기로 했다.

어머니의 결혼 전의 모습으로 가득한 사진앨범이 하나 있었다.

주로 전문사진사가 찍어서 사진이 참 멋있었고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사진이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 사진앨범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동생이 그 앨범은 자기가 갖고 싶다고

우겨서 나는 작은 흑백사진을 하나 빼내어 가지고 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매일 읽으시던 성경책을 가져왔다.

이 성경책은 어머니가 한국을 떠나실 때에 교회에서 선물로 준 성경책이다.

매일 수십 년을 보셔서 책장이 나달나달하다.

그리고 책의 안을 보면 빨간 줄. 까만 줄을 친 게 보인다.

그리고 토씨를 단 것도 보인다.

이 성경책을 보면 어머니가 성경책을 돋보기를 쓰시고 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나는 가끔 어머니한테 딸만 셋이라 섭섭하시지 않냐고 물으면

하나도 섭섭하지 않으시다고 하셨다.

아들보다 더 든든한 네가 있는데 하시면서 웃으셨다.

내가 맏이가 아닌 데도 어머니는 나를 항상 아들처럼 생각하셨다.

어머니의 이 말이 나한테는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어머니는 아셨는지?

미국에 와서 처음 몇 년 너무 힘이 들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시절에도 어머니의 이 말을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었다.

나는 생김새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성격은 딸 셋 중에서 어머니를 제일 많이 닮은 것 같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머니를 닮아 나는 요리도 잘하고 또 바느질도 잘한다.

딸아이의 옷도 만들고, 집안의 커튼, 작은 소품 등 거의 모든 것을

내가 만들었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져서 별로 바느질은 하지 않고 있다.

매일 먹는 음식은 아주 간단하게 먹지만 딸네 집에

가면 음식을 해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간다.

사위와 손주가 내가 만든 음식은 다 맛있다고 하니

음식을 만드는 데 더 신이 난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샌프란시스코에 사실 때에 아파트에 항상 화분에 꽃들이 만발하고

특히 아프리칸 바이올렛을 얼마나 소담스럽게 키우시는지

모두들 감탄을 했다.

쌘디가 어려서 처음으로 배운 한국말이 예쁘다. 예쁘다.”였다.

시카고에 살 때에 뒤뜰에 채송화를 많이 심었는데

어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채송화를 들여다보시면서

예쁘다. 예쁘다.”하시니 샌디한테는 그 말이 귀에 익었나보다.

그렇게 귀여워하시던 손녀가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11월이다.

나의 꽃밭을 정리하고 올해는 튜립을 심는 대신

릴리와 아이리스 구근을 몇 개사다가 심었다.

거의 모든 꽃들이 지고 없는데 유일하게

하얀 가을 아네모네가 나의 쓸쓸한 가을꽃밭을 장식하고 있다.

일기예보에 며칠 있으면 기온이 떨어져서

꽃들도 서리를 맞아 다 늘어질 것 같다고 해서

오늘 가을아네모네를 꺾어 화병에 꽂았다.

어머니는 꽃 중에서 장미를 제일 좋아하셨다.

이번 생신에는 장미 대신에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가을아네모네를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드립니다.

 

 

사랑은 오색빛 찬란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바닷가에 쌓아놓은 모래성처럼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거예요
그렇게 부서지지 않는거예요
사랑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잠들고 있죠
사랑은 언제나 내마음속에 영원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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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은 임지훈의 사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