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나비가 나의 품에서 날개를 접다.

2018. 9. 3. 11:06나의 이야기/나의글











한 마리의 나비가 나의 품에서 날개를 접다.

 


남편이 머리를 다쳐서 입원을 한 게 석 달도 되지 않았는데

3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 재활병원 그리고 양로원에 출퇴근을 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같이 지냈고 어떤 날은 병원에서 밤샘을 했다.

이렇게 모든 정성을 쏟았는데도 인명재천이라고 지난 8월 말에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났다.

 


입원 후에 경막하 혈종(Subdural hematoma)로 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하게도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한숨을 놓았다.

2주의 입원을 거치고 미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Northwestern Hospital 재활병원에 입원을 했다.

나이도 있고 또 몸이 아주 쇠약해진 상태라 Northwestern Hospital

재활병원의 입원이 처음에는 거절을 당했는데 딸의 끈기찬

노력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재활병원에 입원도중 정밀 검사에서 뜻하지 않는 다른 진단명이 발견이 되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병명이었다,

Multiple system atrophy(MSA): Shy Dragger Syndrome이라고 확진이 나지는

않았지만 모든 증상이 너무 유사했다.

아마 이 병을 거의 10년 이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몸은 약하나 워낙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 조금 아픈 것은

내색을 하지 않아서 모르고 지낸 것 같다.

이 병은 아직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다.

발병 후 11년 이내에 죽는다고 한다.



그래도 나약한 체격에 강행으로 하는 병원의 재활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몸의 상태가 좋으면 특유의 유모러스한 표정에 모든 재활technician들을 웃게 만들었다.

많은 진전을 보지 못한 재활을 끝내고 우리 집에서 가까운 양로원에

입원을 해서 3달에 걸친 재활을 더 받게 되었다.



양로원에서 받는 재활은 병원보다 훨씬 덜 힘들어

내가 보기에도 좋았고 본인도 무척 열심히 했다.

나는 재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퇴원 날자만 정해지면 3-4일 만에 모든 게 설치가 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양로원의 입원 2주에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 다시 집 옆에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다.

폐렴에 패열증까지 겹쳤다고 했다.

순간 이 병의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딸이 급히 달려와서 중환자실 담당의사와 긴 시간의 의논을 하고

우리 모두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하였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깊은 배려를 해준 중환자실 담당의사와

간호사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 마리의 나비가 나의 품에서 조용히 날개를 접었다.

 






아래 사진들은 마지막 중환자실 입원 다음날에 찍은 것이다.

짧은 방문만 허용이 되어서 

아침 방문을 마치고 갈 곳이 없어진 나

찾아간 게 보타닉가든 장미 정원이다.

보타닉가든을 무척 좋아하던 남편..

장미가 피는 여름에는 장미화원에서 살던 남편..
















호수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두개로

푹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을 감을 수 밖에



정지용





departures - okuribito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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