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1. 4. 11. 00:11나의 이야기/나의글










 

 




어머님께..

 

어머님을 처음 뵌 지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서울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처음 내려간 일영

역에서 내려 30분을 걸어 간 어머님의 집.

꼭 고향을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저를 반겨주시던 자그마한 체격의 어머님

아직도 그때 어머님의 모습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이북이 고향이라 저는 이남에는 친척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모님 한분이 계셨는데 젊어서 돌아가셨고

그래서 내가 어릴 때에 제일 부러운 게 방학에 친척이 많아 시골로 내려가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런 소원을 풀어 준 친구가 인선입니다.

우리 집도 넉넉하지 못해 예과를 다닐 때는 열심히 애들도 가르치고 했는데

그래도 일요일에는 시간이 있어서 인선이 사는 일영을 갈 수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서울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저희는 안동에서 살아서

제가 일영을 방문하면 꼭 저의 고향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겨울방학에는 공부를 같이 한다는 핑계로 2주일을 사랑방에서

진을 치고 있었고, 시도 때도 없이 내가 가고 싶으면 내려간 일영.

얼마나 귀찮으셨을까?

항상 반겨주시고 싫은 내색을 한 번도 하시지 않던 어머니.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김장김치의 맛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서울에서 만든 김치맛과는 다른 풋 내음이 가득한 김장김치.

제사를 지내신다고 전을 부치실 때의 그 고소한 냄새가

아직도 저의 후각에 그대로 남아있네요.

맛있는 냄새에 옆을 서성거리면 제사를 지내고 먹여야 할 음식

먼저 맛을 보게 주시던 전이 꿀맛 같았습니다.

 

13년 전 처음으로 한 한국방문..

그때에 저는 우리 딸을 데리고 갔지요.

어머님을 뵈러 갔을 때에 고우신 모습이 그대로 남으신 어머니께서

마련해주신 훈제 오리고기 구이가 너무 맛이 있어서 사진을 찍는데

담당인 딸이 사진을 찍는 것을 잊어먹은 것을 딸과 제가 두고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 때 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감이 잘 익었다고 가지 체 꺾어 주시던 어머니.

그 감을 친구네 집에 가져와 너무 잘 먹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기억을 남기고 가신 어머니.

 

이제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제가 한국을 나가도 못 뵙겠네요.

그렇지만 한번은 가야 하는 게 인생이니

주무시다가 조용하게 가셨다는 소식에 너무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언젠가는 저도 이 세상을 떠나 어머니를 만나겠지요.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1년 4월 10일. 혜련 드림.